안희정·오거돈·박원순 이어 박완주..갈길 먼 민주당 '권력형 성비위' 척결

김세희 2022. 5. 1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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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반성은 한 것인가'라는 비판
사건 지난 연말 발생, 때늦은 당 조치
징계안도 사건 접수 열흘 만에 논의
여전히 구체적인 대책 부재한 상황
민보협 "더 큰 성적 비위 문제 제보"
박완주 의원 <연합뉴스>
지위이용 비서 성폭력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2019년 2월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연합뉴스>
경남 창녕에 있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묘소가 지난해 9월 1일 오후 11시 50분께 훼손됐다. 미리 준비한 야전삽으로 묘소를 훼손한 A(29)씨는 범행 후 경찰에 스스로 신고했다. A씨는 "성추행범으로 나쁜 사람인데 편안하게 누워있는 게 싫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2일 진술했다. 사진은 복구가 완료된 박 전 시장 묘소.<연합뉴스>
박지현·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 사건이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을 강타했다. 이번 사건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오거돈 전 부산시장·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례와 유사한 '권력형 성비위 사건'이다. 같은 유형의 사건으로 도덕성을 잃고 정권을 내줬다는 당 내부의 평가에도 잘못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제대로 반성은 한 것인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앞선 사건과 마찬가지로 당사자는 의혹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상대로 부당한 조치를 하려는 정황이 나왔으며, 그 만큼 피해자는 사건 해결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없었다. 당의 징계조치도 늦었다. 민주당이 여전히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지 못하고, 성비위 사건을 완전히 척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 '성비위 혐의' 3선 박완주 의원 제명

민주당은 이날 오전 3선의 박 의원을 당내 성비위 혐의를 이유로 제명한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박 의원에 대한 의혹은 당내에서도 사전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당에서 받은 충격은 컸다. 특히 박 의원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으로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에 나설 정도로 입지를 다진 중진이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

신현영 대변인은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 성 비위 사건이 발생해 당 차원에서 처리를 한 것"이라며 "국회 윤리신고센터 등을 통해 국회 차원의 징계도 강력히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차 가해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인지한 시점을 두고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최근에 접수됐으며 이를 빠르게 조치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중앙당에 접수돼 윤리감찰단이 자체 조사를 벌였으며, 아직 경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변인은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다. '보좌진이냐'는 질문에는 "성 비위라고만 말씀드리겠다"며 "다만 피해자는 다수가 아니다"고 밝혔다.

◇안희정·오거돈·박원순 사건 되풀이 양상

민주당에서 일어난 성 비위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년간에 걸쳐 연이어 터져 나왔다. 시작은 안희정 전 지사였다. 그는 대선 이듬해인 2018년 비서의 성폭행 폭로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안 전 지사는 이 일로 '권력형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혀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 민주당도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를 잃었다. 안 전 지사는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받고 복역 중이다. 최근엔 같은해 9월 아내 민주원 씨와 부부 연을 맺은 지 33년 만에 이혼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2020년 4월에는 오거돈 전 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은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같은해 6월과 12월 각각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러나 법원의 기각으로 구속은 면했다. 총선 전 발생한 사건이지만 총선 이후 공개됐다.

오 전 시장 사건이 알려진 지 불과 3개월 후인 지난해 7월, 박원순 전 시장이 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박 전 시장도 안 전 지사와 마찬가지로 당내 대권주자였던 만큼 사건 후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진행된 장례 행태와 조문 여부, 민주당에서 고소인에 대해 사용한 '피해호소인'이라는 2차 가해성 발언으로 논란이 이어졌다. 그러나 법원이 재판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언동을 성희롱으로 판단한 뒤에도 대다수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침묵했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올해 대선에서 민심의 된서리를 맞았다.

◇당내 척결 의지 부족

이같이 당 소속 광역지자체장과 의원을 중심으로 비슷한 유형의 성비위 사건이 되풀이되지만 쇄신 의지는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의 성 비위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연말인데도, 해당 사건에 대한 당의 조치는 뒤늦게 이뤄졌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지난해 연말에 발생한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라며 "피해자는 자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으나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4월 말경 우리 당 젠더신고센터로 신고가 들어왔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피해자가 당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반년의 시간을 보냈지만 끝내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당에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안희정·오거돈·박원순 사건을 겪고도 중앙당이 해당 사건을 반년 가까이 몰랐다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에서도 연이어 벌어지는 성비위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소속 전직 단체장의 성 비위 사건으로 지난해까지 큰 소용돌이에 휩싸였는데 이후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는 질의를 받은 뒤, "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재발방지 교육, 여러 규정 강화 등이 있다"며 "중요한 건 숨기지 않고 신속하게 징계 고치를 취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갖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놨다.

또 민주당이 지난달 말 사건을 접수한 뒤 열흘 이상이나 지나서 징계안을 논의한 것도 너무 대응이 늦은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명백한 피해자가 있는 성 비위 문제를 두고 왜 이리 늦어졌는지 모르겠다"며 "6·1지방선거 민심 때문에 정치적으로 계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 지금 대중에게 비쳐지는 이미지만 신경 쓸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비대위의 제명 의결에도 박 의원은 여전히 민주당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당법상 당이 소속 의원을 제명하기 위해선 같은 당 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한 데, 이런 점을 미처 파악하지 않은 채 제명 발표를 한 것이다. 민주당은 오는 16일 의원총회를 열어 뒤늦게 박 의원 제명을 추인할 예정이다.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다른 성비위 사건

박 의원이 피해자를 상대로 부당한 조치를 하려했다는 의혹도 이어졌다. 민주당 보좌진 협의회(민보협)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성 비위를 포함한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피해자의) 의원면직을 유도하고, 협의가 안되자 직권면직을 추진하는 의원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의원은 시민단체들에 의해 잇따라 고발당했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13일 박 의원을 직권남용과 사문서위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전날 대검찰청에 냈다고 밝혔다. 활빈단도 이날 "당 제명으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박 의원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사건이 많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보협은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발언 문제가 불거진 후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며 "차마 공개적으로 올리기 민망한 성희롱성 발언들을 확인했고, 더 큰 성적 비위 문제도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김원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보좌관이 동료 직원을 성폭행한 사건에서 2차 가해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피해자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가해자와 당사자는 물론 저의 대처를 포함한 문제까지 윤리감찰단의 강력한 조사가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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