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네가 보는 별자리는 다를지라도[책과 삶]
[경향신문]
우리의 타이거하트
아이샤 부시비 지음·홍연미 옮김
오늘책 | 324쪽 | 1만4000원
열세살 소녀 사피아와 엄마는 닮았다. 머리 모양과 안경만 빼면 구릿빛 피부, 갈색 눈이 똑같다. 다만 이 모녀는 외모를 빼면 여러 면에서 다르다. 엄마는 연극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변호사지만, 사피아는 게임을 좋아하는 내향인이다. 오히려 단짝 친구 엘이 엄마와 더욱 사이가 좋아 보인다. 이혼한 아빠와 함께 사는 사피아는 1주일에 한 번 엄마와 만난다. 엄마, 엘과 함께 연극을 보러 갔다 돌아온 날, 사피아는 엄마와 심각한 말다툼을 벌였다. 이후로 사피아는 며칠간 엄마와 연락하지 않았다.
그사이 엄마가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중환자실로 향하는 사피아의 발걸음은 너무나 무겁다. 엄마가 다시 깨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내가 못되게 굴어서 엄마가 아픈 걸까. 사피아는 무거운 죄책감에 휩싸인다.
이후 소설에는 판타지가 끼어든다. 사피아는 병실에서 환영을 본다. 환영은 엄마가 사피아와 비슷한 나이였던 시절의 기억이다. 사피아는 마치 게임의 미션처럼 기억 속 힌트를 찾으면 엄마의 과거를 볼 수 있음을 깨닫는다. 미션을 완료하면 엄마가 깨어나기라도 하는 듯, 사피아는 게임에 몰두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른 사별에 관한 이야기지만, 마냥 우울하지는 않다.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쿠웨이트에 대한 묘사가 아름답고 신비롭다. ‘타이거하트’란 과거의 환영 속에서 엄마와 외할머니가 밤하늘을 보며 나누는 대화에서 따왔다. 별자리에서 누군가는 호랑이, 누군가는 하트 모양을 보지만 그렇다고 서로를 이해 못한다는 건 아니다. 필요한 건 서로 사랑하며 아끼고 있다는 진심을 확인하는 일뿐이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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