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프랑스 혁명..예찬론자를 향한 경종[책과 삶]
[경향신문]
프랑스혁명사는 논쟁 중
김응종 지음
푸른역사 | 644쪽 |3만5000원
찰스 디킨스는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한 소설 <두 도시 이야기>를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란 문장으로 시작했다. 책은 디킨스의 시선과 비슷하다. 프랑스혁명이 가진 위대한 시민혁명의 면모만 강조하지 않고, 부당하고 과도한 폭력으로 점철된 전개과정에도 주목한다.
책의 1부는 반혁명에 주목한다. 프랑스혁명의 가장 큰 성취인 인권선언은 당대의 페미니스트에게는 남성중심적이라고, 후대 사회주의자들에게는 소유권을 신성불가침의 자연권으로 규정했다고 비판받았다. 지방에서 일어난 ‘반혁명 봉기’는 신분적 특권을 잃은 귀족들의 반격이 아니라 혁명정부의 독재와 강제징집, 초법적 통치에 반발한 농민들을 주축으로 한 ‘민중봉기’였다. 혁명지도자들은 농민들을 학살했다. 2부는 자코뱅 정권에 반혁명 분파로 낙인찍힌 시에예스, 라파예트, 콩도르세등 혁명가들의 삶과 고민을 다룬다. ‘혁명의 별’ 로베스피에르는 원칙주의와 청렴함으로 지지를 받았지만, 완전한 개혁을 요구하며 적을 만들어내다가 동료 혁명가들에게 살해당했다고 평가했다. 3부에서는 역사학계에서 벌어져왔던 프랑스혁명에 대한 이론적 논쟁을 소개한다. 다른 해석을 틀린 해석이라고 단죄하는 것이야말로 독선임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저자는 “한국에서는 프랑스혁명을 예찬하고 방어하기 급급했으며 혁명을 통해 반혁명을 단죄하고, 로베스피에르를 기준으로 다른 혁명가들을 평가하는 데 그쳤다”며 “혁명만이 이상적인 사회 변혁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이상주의자들에게 경종을 울린다”고 했다. 빛과 어둠을 골고루 조명한 혁명사를 통해 ‘촛불혁명’과 열성적 지지자를 갖춘 정권의 탄생, 정권재창출 실패의 과정에 대해서 곱씹어보게 된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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