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재판 방청석에서 보았다, 수많은 피해자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책과 삶]
[경향신문]

그래서 우리는 법원으로 갔다
팀 eNd 지음
봄알람 | 224쪽 | 1만5000원
서문이 없다. 책 앞뒤 날개에 성착취 범죄 사건인 ‘n번방’ 가해자 처벌에 주목한 ‘평범한 여성들의 연대기’라는 짤막한 소개가 나온다. n번방 범죄를 완전히 끝내겠다는 뜻의 팀 ‘eNd(엔드)’는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기 바라며 재판 방청을 다녔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보통 여백인 면지(책 앞뒤 표지 안쪽 종이)에 ‘주요 가해자 관계도’, 다음 쪽에 ‘주요 가해자 형기 일람’을 실었다. 가해자 처벌에 관한 의지를 책 디자인에도 반영한 듯하다.
방청기는 판사 고발이 주를 이룬다. 디지털성범죄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 주소지 관할에 더 집중하는 판사, 성범죄자들에게 작량감경(법관의 재량에 따라 형을 감경한다는 뜻, 2021년 12월 정상참작감경으로 변경) 해주는 판사들 사례가 이어진다. 법정 다툼도 상세히 기록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새로운 시작을 강조하고, 피해자 측 변호인은 가해자의 새 출발이 아니라 피해자의 미래를 생각해 달라 요청한다.
왜 방청연대에 나섰을까. 소제목 하나가 ‘법정에서 피해자가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우리가 함께하겠습니다’이다. 2011년 피해자로 법정에 나섰던 ‘연대자D’도 추천 글을 섰다. 피해자들이 직접 재판을 방청할 때 변론을 빙자한 인신 공격 등으로 중도에 포기하곤 하는 모습 등을 보곤 연대자로 나섰다. 어느 피해자에게 “내가 재판 과정을 보고 듣고 기록할 테니 쉬라”고 한 게 시작이다. 그는 “수사 기관과 법원은 디지털성범죄자들에 대한 수사·재판을 소홀히 하며 성범죄자들을 양산했다. 많은 피해자가 고통을 받다가 죽음으로 내몰렸다”며 ‘극단적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고 했다. ‘재판 방청 주의 사항’에다 ‘탄원서 더 똑똑하게 작성하기’, ‘디지털성범죄 대처 방법’도 적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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