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 '대규모 확산' 진입..수치 공개, 외부지원 노렸나

박은경 기자 2022. 5. 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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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망 6명 중 1명은 스텔스 오미크론…4월 말부터 폭증, 18만명 격리
발생 인정 하루 만에 밝혀 미국 등에 의료 지원 명분 제공 의도 주목
북, 주민 협조 선전 집중…남측 도움받는 대신 중국에 물품 요청할 듯

“방역전 승리”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최대비상방역체계에 돌입한 북한의 방역 관련 요원들이 방호복을 입은 채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뉴스1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인정한 지 하루 만에 확산 실태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발열증세 등으로 인한 격리자가 18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6명 발생했다. 지난달 말부터 열병이 폭발적 전파됐다고 밝혔는데, 이미 대규모 확산의 시작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최대비상방역체계’ 실태와 전파상황을 보고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12일 새벽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한 데 이어 사령부를 찾아 점검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4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확대돼 짧은 기간에 35만여명의 유열자(발열자)가 나왔으며 그중 16만2200여명이 완치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또 “5월12일 하루 동안 전국적 범위에서 1만8000여명의 유열자가 새로 발생했고 현재까지 18만7800여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으며 6명이 사망했다”는 보고도 받았다. 사망자 중에는 ‘스텔스 오미크론’인 BA.2 확진자 1명도 포함됐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열병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 동시다발적으로 전파확산됐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세워놓은 방역체계에도 허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전국의 모든 도·시·군들이 자기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들의 편의를 최대로 보장하면서 사업·생산·거주단위별로 격폐조치를 취하는 사업이 중요하다”며 “주동적으로 지역들을 봉쇄하고 유열자들을 격리조처하며 치료를 책임적으로 해 전파공간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발열자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보급과 격리자 생활폐기물 관리를 강화하고, 코로나19 신속 대응을 위한 ‘신속 기동방역조’와 ‘신속 협의진단조’를 구성했다. 북한이 첫 확진자 발생 발표 이튿날 상세한 수치까지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심각한 코로나19 확산 상태를 알려 남한이나 미국에 보건의료 지원의 명분을 제공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 등 의약품 지원 방침을 밝혔고, 정부도 인도적 차원의 남북 간 방역 협력은 언제든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올해 남북협력기금 예산에 남북 보건의료협력 명목으로 총 954억6000만원이 편성돼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취임 후 첫 화상 통화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북한이 외부로부터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북한 보도도 외부 지원 가능성보다 주민들의 협조와 방역전 승리 자신감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한은) 방역전의 장기화를 미리 예견해 그에 대처하기 위한 조직기구적, 물질적 및 과학기술적 대책들을 일관하게 취해왔다”며 “그 과정에 방역 강화에 필요한 수단이 충분히 갖춰지고 독자적인 방역체계가 더욱 완비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2년3개월간 유지된 ‘감염자 0’의 안정된 방역형세는 조선식 사회주의제도의 강인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2일 오전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치국 회의, 오후에는 방사포를 발사한 것을 보면 대외기조가 변화 없음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하다”면서 “윤 대통령 제의를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외부 지원 없이 2년3개월간 방역 자력갱생을 해온 북한이 하루아침에 정책을 바꿀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다만 의료장비나 의료품은 중국이나 국제기구에 요청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방역 지원 계획 여부에 대해 “중국은 북한과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강화하기 바란다”면서 “북한의 수요에 근거해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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