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인' 윤재순 총무비서관의 왜곡된 성인식..성추행을 '사내아이들의 자유'로 묘사
[경향신문]
검찰 수사관 출신 윤재순 총무비서관
과거 출간 시집 속 문제적 표현 수두룩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검찰 수사관이던 시절 지하철 전동차를 ‘사내아이들의 자유가 보장된 곳’이라며 성추행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시 등을 써 출간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관의 일상을 소재로 한 시집에는 작가인 윤 비서관의 왜곡된 성 인식이 드러나거나 성적 은유를 주제로 하는 시가 여러 편 실렸다. 윤 비서관은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총무비서관에 임명된 후 검찰 재직 시절 두 차례에 걸쳐 성비위로 징계성 처분을 받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윤 비서관이 2002년 11월 출간한 첫 번째 시집 <가야 할 길이라면>에 실린 ‘전동차에서’라는 시에서는 지하철 안 풍경을 묘사하며 ‘전동차에서만은/짓궂은 사내아이들의 자유가/그래도 보장된 곳이기도 하지요’라고 썼다. 이어 ‘풍만한 계집아이의 젖가슴을 밀쳐 보고/엉덩이를 살짝 만져 보기도 하고/그래도 말을 하지 못하는 계집아이는/슬며시 몸을 비틀고 얼굴을 붉히고만 있어요/다음 정거장을 기다릴 뿐/아무런 말이 없어요’라고 적었다. ‘시적 허용’이나 문학작품에 쓰인 표현임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관으로 일하던 작가가 대중교통에서의 성추행 범죄를 ‘사내아이들의 자유’로 묘사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시집에 실린 시 ‘초경, 월경, 폐경’에는 여성의 생리를 두고 ‘나는 여자가 되었어/아이를 가질 수 있는 거야/누가 뭐래도 나는 여자야/흘러내리는 환희에 빛나는/순결/거룩한 고통이더라’고 묘사했다. 폐경에 대해서는 ‘선홍빛 매화꽃도 시들더라/그래도 그 때가 좋았다’ 등 여성을 대상화하는 표현을 담기도 했다. 2004년 10월에 출간된 두 번째 시집 <나는 하늘을 모른다>에 게재된 시 ‘나의 눈깔은 처녀다’에선 ‘퇴색되지 않은 선홍빛 눈깔’ ‘핏기가 가시지 않은 태양’ 등을 ‘처녀’로 비유했다.
시대상을 ‘풍자’하며 성적 은유를 사용한 시도 있었다. <나는 하늘을 모른다>에 게재된 시 ‘여의도의 곡소리’에서는 ‘룸살롱에서 술 한 잔하며 꽃값으로/수억 원을 주고받는 곳’이라고 썼다. 골프장을 소재로 한 ‘18홀과 36홀 그리고 54홀’에서는 ‘공을 쳐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숨겨진 구멍에 공을 넣기 위하여서다’ ‘즐기며 살아 보겠노라고 구멍을 좇고 또/좇는 것이다’ 등의 표현이 쓰였다.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관이던 윤 비서관은 이 외에도 ‘서초동의 불빛’ ‘어느 수사관의 하루’ ‘중수부의 휴가’ ‘특별감찰본부의 하루’ ‘폭탄주’ ‘컴퓨터는 못 말려’ 등 일상을 소재로 한 시를 여러 편 썼다. 윤 비서관은 시집 머리말에서 “바보같이 가슴속에만 깊이 감추어 두었던 것을 모조리 토해버리고 싶었다”며 출간 소회를 밝혔다.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을 애도함’이라는 제목의 시에선 2003년 대북송금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던 중 사망한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을 애도하기도 했다.
2002년 첫 시집 출간 당시 기사에서는 “고교시절부터 습작을 해온 윤 수사관은 수사과정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시작(詩作)으로 풀어오다 올 1월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했으며, 3월에는 계간문학사랑 시 부문 신인작품상을, 10월에는 월간 문예사조 수필 부문 신인작품상을 각각 받았다”고 언론에 소개됐다.
한국일보는 13일 윤 비서관이 1996년 10월 서울남부지청에 검찰주사보로 일할 때 여성 직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해 ‘인사조치’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윤 비서관은 당시 파견 경찰관 등과 음주를 곁들인 점심 식사를 하던 중 여성 직원을 껴안으면서 소란이 일었다고 한다. 2012년 7월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에서 검찰 사무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부서 회식에서 술을 마시다 여성 직원의 외모를 품평하고 볼에 입을 맞추는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대검 감찰본부장 경고’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현장을 목격한 동료 직원의 신고로 감찰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성비위 의혹에 대해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며, 정식 징계 절차가 아니었다”고 했지만, 문제가 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을 때 대검 운영지원과장을 지내고 검찰에서 25년 동안 인연을 이어온 최측근으로 꼽힌다. 윤 비서관은 윤 대통령과 1997년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 시절부터 대검 중수부,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함께 일했다.
이유진·김희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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