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인권 기획 7편] "소아 응급실 왕복 6시간"..소아 의료 인프라 열악
[EBS 뉴스]
어린이 인권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연속보도, 오늘은 소아·청소년 의료 인프라 문제를 살펴봅니다.
동네 소아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질 뿐 아니라, 소아 응급실을 찾아 서너시간을 가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진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친구들과 놀다 발목을 크게 다친 중학생 민준이(가명)는 최근 이 병원의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세종부터 서울까지, 왕복 6시간이 넘는 거리지만 지역엔 민준이를 봐줄 병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민준이(가명) 엄마 / 세종특별시 거주
"119 대원들이 다른 대학병원을 다 의뢰를 했는데 다 거절을 당했어요, 오지 말라고. 다 못 오게 했어요. 수술할 수도 없고, 의사도 없다."
군 단위 지역은 더 심각합니다.
응급상황에서 주민의 30% 이상이, 한 시간 안에, 병원급 의료 기관에 갈 수 없는 지역을 의료 취약지라고 합니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연천군과 평창군 그리고 하동군 등 지난 2020년 기준 최소 23곳이 의료취약지로 지정됐습니다.
심지어 간단한 진료를 볼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없는 '무의촌' 지역도, 곡성군과 영동군 등 20곳이 넘습니다.
인터뷰: 박혜연 학부모 / 곡성군 거주
"사실 병원은 좀 걱정은 좀 돼요. 만약에 아이가 갑작스럽게 응급상황이 생기면, 그건 좀 걱정이 되더라고요."
소아 의료 인프라가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률은 27%로, 2019년 80%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1년 차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없는 수련병원도 72%에 달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2020년부터는 개업하는 소아과 의원보다 문을 닫는 곳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지역의 1, 2차 의료 기관에 가야 할 경증 환자들이, 전공의 등 기초적인 인력마저 부족한 3차, 즉 대학 병원으로 몰리며 응급과 외래가 한계 상황에 부딪혔습니다.
인터뷰: 김한석 기획이사 /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장)
"예를 들면, 소아암이 생기면 다 서울에 올라오면 그 가족이 사실 이제 어려워지잖아요. 십 년 후, 이십 년 후는 정말 전문적인 치료를 우리나라에서 못 받게 되는 그런 상황도 생길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출생아 수 감소입니다.
여기에 해외에 비해 1/3 수준인 소아·청소년과 수가도 문제로 꼽힙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공중보건의사와 전문 간호사 등 보조 인력을 소아과에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 병원 평가 시 소아전문응급의료나 어린이병원 유무를 지표로 반영하거나 수가를 가산하는 게 필수적이란 분석입니다.
인터뷰: 문진수 소아진료지원실장 /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혈관 한 번 잡는데 굉장히 한 시간 두 시간 뭐 두세 명의 의사나 간호사가 달라붙어서 주삿바늘도 열 개씩 써가면서 해도 어려운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전혀 수가에 반영이 안 돼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와 소아응급전담전문의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새 정부가 소아 의료 인프라 문제를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EBS뉴스 서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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