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증금 줄 돈 없으니 집 사라"는 900채 빌라왕..행방도 묘연

정아람 기자 2022. 5. 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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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매 피해' 세입자가 되레 "집값 깎아달라" 사정
[앵커]

서울과 수도권 등지에서 빌라와 오피스텔을 900채 넘게 가진 집주인이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돈 없다는 게 이유입니다. 알아서 다음 세입자를 구하든지 아니면 그 집을 사라고 배짱까지 부리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잘못도 없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사정하는 황당한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정아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모 씨는 2년 전 서울 가산동에 1억5천만 원으로 빌라 전셋집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 집주인이 세금을 안 내 집이 압류됐단 통보를 받았습니다.

때마침 전세 만기가 다가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돈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모 씨/빌라 세입자 : 집을 빼야 하는 상황인데,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을 안 해주는 상황인 거고 집은 지금 압류가 들어와 있고, 다른 세입자도 구해주지도 않고…]

집주인은 개인과 법인 명의로 수도권 일대에 900채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사들였습니다.

지난해 600채 전세금을 떼먹은 '빌라왕' 진모 씨가 공분을 부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빌라왕'이 세입자를 울리고 있는 겁니다.

세입자 대다수는 사회초년생입니다.

[최모 씨/빌라 세입자 : 회사에 다니게 되고 그래서 처음으로 독립하면서 이 집에 들어가게 된 거죠. 집주인한테 집을 빼겠다, 통보를 한 상황이었는데 너무 통화가 안 되는 거예요.]

김씨는 만기가 된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긴커녕, 직접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서 나가던지 전셋값에 2~4천만원을 얹어 집을 사라고 배짱을 부렸습니다.

[김모 씨/집주인 : 보증금 외에 4천만원 갭이요. 내 마음이죠, 내 집인데. 나는 내 돈 받고 팔 거예요. 그러지 않는 이상 팔 생각이 없어요.]

압류된 집에 다음 세입자를 들이는 건 어렵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산 세입자들도 많습니다.

김씨가 집을 사면 밀린 세금을 내고 압류를 풀어주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씨가 높은 값을 부르는 바람에 세입자들은 어쩔 수 없이 가격을 깎아달라고 사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정진/빌라 세입자 : 어쩔 수 없이 강매를 당한 거죠. 피해를 받고 있는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김OO한테 눈치를 봐가면서, 시세보다 더 비싼 가격에 구매를 하는 거죠.]

김씨는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

[김모 씨 아버지 : 연락이 안 돼요. 걔 좀 봤으면 좋겠는데, 보면 집에서 기다린다고 좀 전해주세요.]

답답한 마음에 세입자 몇 명이 경찰서를 찾았지만,

[박모 씨/빌라 세입자 : 경찰서에는 접수도 안 돼요. 기망하는 행위가 없대요. 이거를 편취해서 이득을 봤다는 정황이나 증거가 없대요.]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단체로 나서야 사기죄를 입증하는데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한성영/전세 사기 전문 변호사 : 이런 사건같이 자기 자금 별로 없이 주택 전세보증금만 받아서 집을 사는 걸 되풀이해 (피해자가) 수십, 수백 가구가 됐다면 사기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입자들은 온라인 카페 등을 만들어 피해자를 모으며 고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현일 / 인턴기자 : 이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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