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항의했다고 징역 1년→3년..대법, 5년 만에 "위법"
[앵커]
6년 전, 한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판결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형량이 세 배로 뛰는 일이 있었습니다.
징역 1년에서 징역 3년으로 판사가 형량을 갑자기 바꾼 건데요.
대법원은 5년의 심리 끝에 그 판결이 위법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민정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2016년 차용증을 위조하고 지인을 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모 씨.
1심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되자 '재판이 뭐 이따위냐!' 욕설을 하고 난동을 부리다 대기실로 끌려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재판장은 그를 다시 법정으로 불러내 징역 3년으로 형을 변경했습니다.
불과 1분 사이에 형량이 세 배로 뛴 겁니다.
[한○○/당시 피고인 : "깜짝 놀랐죠. 이런 재판이 어딨어요. 선고를 두 번 하는 경우가 세상 천지에 어딨어요."]
통상적으로는 피고인이 법정 질서를 어지럽히면 감치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집니다.
하지만 이렇게 형량까지 올린 건 판사의 개인 감정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정은주/변호사/항소심 변호인 : "(법정모욕 행위라도) 변론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그렇게 형량을 변경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결국 한 씨는 항소했고, 징역 3년이 2년으로 낮춰지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도 1심 판사가 형량을 다시 선고했던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선고 절차를 다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는 형량을 다시 선고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다르게 나왔습니다.
5년을 끌어온 심리 끝에 재판부는 1심 판결이 위법이었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선고를 마치기 전에 선고 내용을 바꿀 수는 있지만, 판결문을 잘못 읽었다거나 판결 내용에서 잘못을 발견했을 경우에만 변경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해당 사건 피고인이 형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어떤 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법관이라도 판결을 정정할 때는 권한을 남용할 수 없도록 엄격한 기준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기까지 대법원도 너무 긴 시간을 끌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송혜성/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고석훈 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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