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내게 준 건 '사형 선고' 재일조선인 이중 차별의 역사

한겨레 2022. 5. 1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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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플티브이플러스에서 방영된 <파친코> 의 등장인물들처럼 일제 식민지 시기 조선에서의 궁핍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일본으로 이주한 사람의 규모는 200만명에 이른다.

다큐멘터리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2020, 김철민)는 이들 재일조선인이 일본에서의 차별을 견디고 민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76년의 역사를 발굴하고 있다.

분단된 상황에서 제일 큰 피해를 입어온 사람들이 재일조선인일 것이라는 출연자 김창오씨의 말처럼 이들은 분단으로 인해 이중의 차별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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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강유가람의 처음 만난 다큐][한겨레S] 강유가람의 처음 만난 다큐_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영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엠앤씨에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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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플티브이플러스에서 방영된 <파친코>의 등장인물들처럼 일제 식민지 시기 조선에서의 궁핍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일본으로 이주한 사람의 규모는 200만명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1945년 해방 이후, 고국으로 돌아간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미군정이 일본에서 모은 재산을 귀국 시 일정액 이상 가져가는 것을 막아서, 혹은 다른 여러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일본에 남아서 삶을 이어간 사람들도 있다. 다큐멘터리 <나는 조선사람입니다>(2020, 김철민)는 이들 재일조선인이 일본에서의 차별을 견디고 민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76년의 역사를 발굴하고 있다. 동시에 남한 사회가 재일조선인을 얼마나 끔찍한 방식으로 배척했는지 역시 조명한다.

2002년부터 재일조선인들을 만나온 감독은 왜 이들이 조선학교를 세웠는지를 살펴보며 다큐멘터리를 시작한다. 해방 직후 재일조선인들은 한반도가 완전한 독립국가가 되어 귀국하기 전까지 조선말과 문화를 잊지 않기 위해 학교를 세우는 운동을 했다. 당시 600여개의 조선소학교가 재일조선인들의 피땀 어린 돈으로 세워졌고, 그 덕에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1960~70년대 일본에서 재일조선인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대학을 나와도 기업에 취직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 설계에 큰 제약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청년들은 새롭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꿈과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남한 유학이라는 선택지를 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은 이들 중 일부를 잡아들여 고문을 하고, 허위 자백을 받아내 북한의 간첩으로 만들어버린다. 출연자 이철, 이동석, 강종헌씨가 바로 그들이다. 이철씨의 경우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있었으나 사형선고를 받았고, 강종헌씨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공부하다 사형선고를 받는다. 이철씨의 부친은 아들이 사형선고를 받자 충격에 못 이겨 53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아닌 재일본대한민국민단에서 열성적으로 반공을 외쳤던 아버지에게 아들의 사건은 큰 충격이었다. 강종헌씨는 간첩의 생존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선고를 듣고, 충격보다는 서글픔을 느꼈다고 한다. 차별과 편견을 피해 찾아온 조국인데, 그 조국이 자신을 살게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된 아이러니가 관객의 말문을 막히게 한다.

조국에서 내친 사람들이지만, 이들은 끝까지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정체성을 버리지 않는다. 일본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위해 투쟁하며 통일을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분단된 상황에서 제일 큰 피해를 입어온 사람들이 재일조선인일 것이라는 출연자 김창오씨의 말처럼 이들은 분단으로 인해 이중의 차별을 겪어왔다.

강종헌씨는 감옥에서 13년을 보내고 석방된 뒤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겪은 시련이 너무나 크고 이중의 차별도 여전하지만, 분노하되 증오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누구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 영화는 그 권리를 침해받지 않고 차별받지 않을 사회를 만들어내는 것은, 재일조선인 문제를 넘어선 중요한 사회적 의제라는 것을 절절하게 말해주고 있다.

영화감독

<모래>(2011) <이태원>(2016) <시국페미>(2017) 등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볼만한 다큐멘터리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쓴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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