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북 인도지원, 한미정상회담 의제로..南北美대화 물꼬 트나
백신·의약품 지원방침 밝혀
北 수용여부·핵실험이 변수
인도지원 남북 실무접촉 묻자
尹 "당연하죠" 곧 제안할듯
13일 한미정상회담을 준비 중인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회담에서 북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방안과 함께 북한 인권 문제와 인도적 지원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당장 북한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문제인 데다 이번 지원을 계기로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이후 닫혔던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더해지고 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구체적 지원 방안은 북한 측과 협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 남북이 구체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경로가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윤석열정부가 (북한에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원 가능한 인도적 지원 품목으로 해열제, 진통제, 마스크, 진단키트 등을 언급했다. 북측에 남측의 지원 의지와 지원 품목 등을 공개적으로 명시하면서 대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이에 앞서 미국 측과도 교감했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2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첫 통화를 하며 한미정상회담 의제 등 한미 간 현안을 논의했다. 13일 오전에는 박진 신임 외교부 장관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첫 영상통화를 하고 한반도 문제와 한미정상회담 준비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두 장관은 전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면서도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세에 우려를 표명하고 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계속 논의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의 수용 여부와 대북 제재다. 북한이 3년째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내부에서조차 이동을 차단하고 완전 봉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북·중 간에는 열차가 통행하는 등 잠시 국경이 열렸으나,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이마저도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문재인정부도 여러 차례 대북 보건·의료 협력 의사를 밝히며 관련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했지만 같은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 문재인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북한 백신 지원을 주도해왔다. 코백스는 북한에만 지원하는 채널이 아니므로 무기명 지원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에 의료품 등 물품을 공급하기 위해 유엔에서 자동차, 콜드체인까지 대북 반입 제재 면제 승인을 받기도 했지만, 북한이 수용을 거부하면서 백신 등 물품은 다른 나라로 보내지고 제재 면제 기간은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연장해야 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는 북한에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보내려 했지만 불발된 사례도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여러 차례 '인간안보' 차원에서 남북 간 감염병 방역·예방 협력을 직접 제안하기도 했지만 북측은 끝내 호응하지 않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대북 코로나19 백신, 의약품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측에 실무 접촉을 제의할 것이라는 의향을 밝혔다. 그는 용산 대통령실 1층 기자실을 방문해 '북측에 실무 접촉을 제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하죠. 기본적으로 통일부 라인으로 해서"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주무부처가 조만간 남북 연락 채널을 통해 북측에 실무 접촉을 정식 제안할지 주목된다.
[한예경 기자 / 박인혜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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