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87 블랙홀에 이어 관측된 우리은하 블랙홀, 왜 똑같은 모양일까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일본, 남미, 아프리카 등의 연구자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진이 12일우리 은하 중심부에 있는 궁수자리 A 블랙홀의 모습을 공개했다. 2019년 외부은하 M87의 가운데 있는 거대블랙홀의 그림자가 공개된 적은 있지만 지구와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에서 블랙홀 모습을 포착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건지평선망원경(EHT)’ 국제공동연구팀이 이번에 공개한 궁수자리A 블랙홀은 빛의 고리 속 어두운 블랙홀의 그림자가 나타나는 모습이 2019년 최초로 공개된 M87 블랙홀과 매우 유사하다.
과학자들은 두 천체는 질량, 속한 은하의 특성과 활동성까지 모두 서로 ‘극단’에 가까운 블랙홀이지만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천재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으로만 설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EHT에 참여한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2일 연구결과 발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로 전혀 다른 환경과 질량 가진 천체가 비슷하게 보였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결과”라며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서로 다른 질량과 특성을 가진 천체를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홀은 질량이 극도로 압축돼 아주 작은 공간에 밀집한 천체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존재인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하다. 원자만큼 작은 원시 블랙홀과 항성이 연료를 다 태우고 압축해 만들어지는 항성 블랙홀, 태양 질량의 최소 수십만 배 이상인 초대질량블랙홀로 나뉜다. 은하계 중심에 보통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궁수자리 A와 M87은 초대질량블랙홀인 것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천체다. 우리은하 중심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지구에서 2만7000광년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초대질량블랙홀이다. 질량은 태양의 430만 배로 추정된다. 반면 처녀자리 은하(M87)의 중심에 있는 M87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질량도 태양의 65억 배로 분석된다. 궁수자리A보다 거리가 2000배 먼 반면 질량도 1600배 크다.
두 블랙홀이 속한 은하도 전혀 다르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이 속한 우리 은하는 가스가 많은 나선형 은하로 지름이 수만 광년 크기에 불과한 작은 은하에 속한다. 처녀자리 은하는 거대한 타원 은하로 100만 광년 크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M87은 블랙홀이 다시 물질을 뱉어내는 제트와 블랙홀 주변을 도는 물질인 부착원반이 모두 나타난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은 부착원반만 확인되고 제트는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 궁수자리A 블랙홀은 시간에 따라 빠르게 주변 빛의 밝기가 변하는 특성이 나타난다.
EHT 연구팀은 궁수자리 A 블랙홀을 막 뛰어다니는 조그마한 강아지에, M87 블랙홀을 가만히 앉아 있는 대형 리트리버에 비유한다. 김재영 경북대 천문대기과학과 교수는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은 블랙홀 자체도 작고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굉장히 흐릿한 막을 통해 움직이는 작은 강아지를 관측한 것과 비슷하다”며 “난이도 측면에서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두 블랙홀 사이에는 모양이 똑같아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그러나 두 블랙홀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되는 블랙홀의 모습을 그대로 보이는 것으로 이번 관측에서 입증됐다. 아인슈타인은 중력과 시공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내놓으며 충분히 밀집된 질량이 있으면 시공을 뒤틀어 빛도 빠져나갈 수 없는 블랙홀을 만들 것이라 예언했다.
천문학자들의 분석에서도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예측한 블랙홀의 경계 크기가 두 관측결과에서 보인 관측치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블랙홀이 현대물리학에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굉장히 중력이 극단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여러 중력이론을 선명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장소기 때문”이라며 “웜홀 같은 다른 모형을 통해 블랙홀이 아닌 천체로도 예측할 수 있는데 관측 증거에서 실제 맞는게 일반상대성이론 모형임을 밝혔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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