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윤 대통령 "코로나 백신 지원" 제안에 응답할까?

[코로나19 세계 대유행]북과 사전 협의 없이 "앞으로 논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실태를 점검하고 전국적인 전파상황을 요해했다고 <조선중앙티브이>가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인선 대변인은 13일 서면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에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감염 의심자가 폭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강 대변인은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북한 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전날 코로나19 확진자 첫 발생 사실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전국적으로 주민 약 19만명이 격리됐고 6명이 숨졌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전날에 이어 코로나19 대북 방역 지원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북제재와 상관없이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으므로 준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올해 남북협력기금에 남북 보건의료협력예산 954억6천만원이 편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첫 화상 통화를 하고, 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코로나19 백신 지원이 성사돼 경색된 한반도 정세의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 등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관련 동향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어려운 형편을 먼저 공개했으니 한국과 미국 등의 인도적 지원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북 백신 지원이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대통령실의 이날 백신 지원 발표는 북한과의 사전 협의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약품 지원을 위해 북한과의 별도 논의 창구가 만들어진 것은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상 남북은 통신선으로 전통문을 보내, 실무접촉 일정을 잡아 의제와 참가자를 협의 조정하는데, 통일부는 이날까지 이런 실무 협의를 제안한 적이 없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백신 지원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질 것”이라며 “(오늘 발표는) 백신 관련 의약품을 지원하는 것으로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정한 것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북한이 백신 지원을 요청해올 경우 이에 응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코로나19가 확산돼 형편이 다급해진 북한이 고개를 숙이고 나올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집무실 기자실을 찾았을 때 ‘북쪽에 실무접촉을 제의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하다”며 “기본적으로 통일부 라인으로 해가지고…”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전문가 사이에선 북한이 외부에 백신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은 낮다는 예상이 많다. 2020년 초 코로나19 발생 이후, 북한은 문재인 정부와 미국의 백신 지원 등 거듭된 방역 협력 제안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북한의 입장을 일정하게 반영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한에) 방역 강화에 필요한 수단이 충분히 갖춰지고 독자적인 방역체계가 더욱 완비됐다”고 보도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