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의약품 지원' 손 내민 尹대통령.. 北 응할까

김선영 2022. 5. 1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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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지원의사 표명..北 요청 가능성 희박
"北, 한국보다는 중국에 먼저 지원 요청할 것"
북한 코로나19 상황, "간단치 않다. 생각보다 심각"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북한의 호응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윤석열정부도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지원의사는 밝혔지만 북한이 먼저 지원 요청을 해올 때에 한해서 진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尹정부 지원 의사 밝혔지만…“북한 요청이 우선”

13일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에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감염 의심자가 폭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대북 지원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약품 지원과 관련해 ‘실무접촉을 제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며 “기본적으로 통일부 라인으로 해가지고 (하겠다)“라고 답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는 백신 등 의료품 지원은 할 의향이 있다”며 “우리가 먼저 발표하고 결정할 수는 없으니 북한이 받을 준비가 돼 우리 측에 지원 요청을 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 의사와 별개로 북한의 지원 요청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통일부가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등을 지원할 적극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고 밝힌 것도 북한의 움직임을 보고 대응하겠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차덕철 통일부 대변인대리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의 이례적인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소식과 핵실험 준비동향 등 현안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한국에 지원 요청을 할 가능성은 아직까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조선(북한)의 방역 강화에 필요한 수단이 충분히 갖춰지고 조선식의 독자적인 방역체계가 더욱 완비됐다”며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北, 코로나19 심해지면 우방국 중국에 도움 요청할 것”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외부의 도움이 절실해지더라도 지원 요청 선택지에서 한국은 뒷순위일 가능성이 크다. 우선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이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당분간은 외부세계, 특히 서방세계의 방역 지원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만약 오미크론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면 먼저 중국의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이래 국제기구와 대북지원단체 등 국제사회는 꾸준히 북한에 관련 물자의 지원 의사를 밝혀온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한국보다는 이들에게 지원 요청을 할 여지도 크다. 북한이 그동안 수용하지 않았던 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배정한 백신도 대기 중이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국가방역체계를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전국의 모든 도·시·군을 봉쇄하고 사업단위, 생산단위, 생활단위별로 격폐시키며 전 주민 집중 검병을 보다 엄격히 진행해 유열자(발열자)들과 이상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빠짐없이 찾아 철저히 격리시키고 적극적으로 치료 대책하기 위한 긴급조치들이 강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코백스를 통한 대북 백신 지원을 거듭 제안하기도 했다. 박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의 대북 백신 및 의약품 지원 방침에 대해 “잘 하셨다”고 평가하면서도 “북한과의 접촉이 용이치 않을 것이며 선뜻 응하려는 지도 의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코백스를 경유하는 방법도 검토하신다면 어떠실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방미 당시 미국 측에 코백스를 경유해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6000만 도스를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접종률 0%, 北 확산 속도 더 가파를 수 있어

전날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던 북한은 전날 하루동안에만 1만8000여명의 ‘유열자’(발열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월말부터 전국적으로 35만명에 달하는 유열자가 발생했고, 현재 18만7800여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고 6명이 사망했다고도 언급했다. 사망자 중에는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 확진자 1명이 포함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실태를 점검하고 전국적인 전파상황을 요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3일 보도했다.김 위원장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통신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설명하면서 유열자라고만 표현하며 확진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인 인원수를 파악했을 뿐 실제 확진 여부는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적잖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예상자의 수와 대비했을 때 사망자 수가 유독 적다. 이날 현재 한국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을 뜻하는 ‘치명률’이 0.13%다. 이를 단순 적용해보면 북한의 감염예상자(35만여명) 대비 사망자 수는 450여명 수준이 되지만, 북한 발표에서는 6명이다. 코로나19 집계 현황이 축소됐거나, 현황 파악의 한계로 짐작된다.

특히 북한의 열악한 검사·추적·치료 방역·의료시스템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상황이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고 앞으로 확산 정도가 더 가파를 수 있다. 북한 백신 접종률이 0%인 데다 오랜 빈곤 등으로 주민들의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 코로나19 상황이 간단치 않다.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전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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