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봉쇄, 오미크론엔 의미없는데..백신도 안맞아 새 변이 나올 듯"

박다영 기자 2022. 5. 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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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0명'이라고 주장하던 북한이 지난 12일 확진자가 나왔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도 전날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 마스크를 쓰고 참석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조선중앙TV 갈무리) 2022.5.13/뉴스1

북한의 코로나19(COVID-19) 유행이 악화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봉쇄가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고 진단한다. 오미크론의 강한 전파력은 우리나 서방국가가 진행했던 거리두기도 무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낮은 백신 접종률로 인해 고위험군의 치명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을 수 있고 진단·치료 시스템 미비로 유행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13일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북한에서 지난달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으로 전파됐다고 보도했다. 이 열병으로 35만여명의 유열자(발열자)가 발생해 16만2200여명이 완치됐고 현재까지 18만7800여명이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열병 환자 중 6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코로나19 변이인 '스텔스 오미크론'(BA.2)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소식도 실렸다.

진단·검사 시스템 미비, 치료 병원도 미흡

전문가들은 북한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진단 키트와 같이 검사자에 확진 판정을 할 시스템이 미비하고 병원도 코로나19 치료하기에 미흡하기 때문이다. 고위험군의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을 낮춰줄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사실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북한은 진단·검사할 시스템과 치료받을 병원이 없고, 백신 접종률이 낮아 고위험군을 보호하지 못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군대처럼 밀폐돼 집단생활하는 시설이 많아 아프리카보다도 전염력이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발표한 정도로 북한의 유행이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특히 치명률이 높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엄 교수는 "사망자가 많을 것이 우려된다"면서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미크론은 치명률이 낮지 않다. 바이러스가 상당한 치명률을 보일 수 있는 상황에서 중환자 진료가 안 될 것이 뻔한 의료체계를 고려하면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유행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봉쇄 정책으로는 코로나19 유행 고리를 끊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엄 교수는 "북한이 봉쇄 정책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봉쇄가 되면 생필품이나 식량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 한 달 정도는 봉쇄를 이어가야 전파 고리를 끊을 수 있을텐데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봉쇄로 가서 유행이 잦아들더라도 다시 완화되면 여지없이 유행이 커진다"고 했다.

천 교수는 "북한은 백신 접종이 전혀 되지 않은 우한과 같은 상황"이라며 "오미크론은 거리두기가 통하지 않는 바이러스라 아무리 폐쇄정책을 해도 의미가 없다. 확진자의 진단, 치료와 유행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새로운 변이 발생 국가 될 수도

전문가들은 북한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발생 지역으로 꼽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발간한 '북한의 코로나19 봉쇄: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길(North Korea's Covid-19 Lockdown: Current Status and Road Ahead)' 보고서에는 코로나19 다음 변이바이러스 발생 지역 중 하나에 북한이 지목됐다.

변이 발생 지역으로 꼽히는 것은 낮은 백신 접종률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주요 변이는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에서 발생했다. 델타 변이가 2020년 10월 인도에서 처음 보고됐고, 오미크론 변이는 202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됐다. 앞서 알파 변이는 영국에서 발생했지만, 이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이다.

보고서는 새 변이 바이러스 발생 과정에서 북한이 현재의 코로나19 봉쇄 전략을 거두고 국제 백신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같은 지역은 새 변이 바이러스의 진원지(epicenter)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는 전문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낮은 백신 접근성과 면역 불확실성 탓에 새 변이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새로운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에 백신과 의약품 지원을 공식화했다. 북한 주민에게 백신, 해열제, 진통제, 진단키트 등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북한 측과 협의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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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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