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시장서 치솟던 롤렉스값 16% 급락.."이젠 명품보다 해외여행"
롤렉스 '서브마리너 신형 그린'
중고가 3300만원→2750만원
청담동 한산..1년 전과 딴판
백화점 명품매출 증가율 꺾여
일상 회복으로 여행수요 폭발
최근 주식·코인시장 휘청이자
"명품도 위험자산" 구매 꺼려
“샤넬 핸드백에 붙은 웃돈이 감소하면서 고객이 확 줄었습니다.”(서울 청담동 A 명품 중고 매장)
청담동 명품거리 중고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가격이 얼마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래가 이뤄졌던 작년 이맘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리셀(되팔기)시장에서 최고급 명품마저 가격이 하락 전환한 영향이다.
명품·유통업계에선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해외여행길이 활짝 열리면 그간 유입됐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이 대거 빠져나가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리셀시장의 요즘 움직임이 ‘예고편’일 수 있다는 얘기다.
○조정받는 명품 리셀 가격
리셀시장에서 명품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한 것은 지난 1월 무렵부터다. 엔데믹 등의 영향으로 명품시장이 더 이상 2021년 같은 호황을 누리기 어렵다고 본 소유자들이 구입한 명품을 시장에 속속 내놨다. 백화점 샤넬 매장에서 1200만원대에 핸드백을 구매한 김모씨(35)도 이런 사례다. 김씨는 “백화점 VIP 멤버십을 유지하기 위해 샀다가 내놨는데,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에 매수세도 뚝 끊겨 잘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따라 리셀시장에서 샤넬 핸드백 가격은 상당수 품목이 하락하는 추세다. 작년 12월 1300만원에 최고가를 찍었던 ‘샤넬 클래식 더블 플랩’ 리셀 가격은 이보다 10% 이상 낮은 1100만원대로 떨어졌다. 이는 백화점 매장에서 파는 정가(118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추가 하락할 공산도 크다. 그렇게 되면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샤테크(샤넬+재테크)’는 어려워진다.
이는 백화점·면세점에서 팔리는 이른바 ‘리테일 제품’ 수요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담동에서 명품 중고 매장을 운영하는 황이진 엘러브 대표는 “샤넬이 최근 급속도로 핸드백 가격을 높이면서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롤렉스도 비슷한 흐름이다. ‘스타벅스’ 로고와 생김새가 비슷해 스타벅스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서브마리너 신형그린’은 지난해 12월 3300만원 선에 거래된 뒤 최근 2750만원대로 16% 하락했다.
○백화점·면세점시장도 둔화 조짐
국내 명품시장은 코로나19가 창궐한 것을 계기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 127억2670만달러(약 16조1692억원)였던 시장 규모가 작년 141억6500만달러(약 17조9966억원)로 1조8274억원(11%) 늘었다.
핸드백 하나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에(에르메스)·루(루이비통)·샤(샤넬)’를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는 ‘오픈런’도 일상화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그 돈을 나의 만족을 위해 사용하는 소비 행태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정착한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리셀·리테일시장에서 가격이 계속 상승해 소비자들이 명품을 재테크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 점이다. 명품·유통업계는 엔데믹이 이 두 가지 성장 요인 모두에 균열을 가져와 리셀은 물론 리테일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지난 1~4월 명품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23~30%로 두 자릿수를 나타냈지만, 1년 전(35~45%)에 비해서는 성장세가 둔화됐다.
○“위험자산 조정도 영향”
명품시장이 단기간에 역성장하는 수준까지 악화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아직 많지 않다. “소비의 주력으로 떠오른 MZ세대가 그렇게까지 급격히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엔데믹에 전 세계적 자산가격 급락 여파까지 더해져 지난해 수준의 열기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엔 공감대가 형성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이 명품을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그에 걸맞게 가격이 책정되고 변동성도 커졌다”며 “최근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경향이 확산하면서 명품 가격도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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