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교사도 교육공무원, 호봉 승급 차별 위법"..차별 시정 물꼬틀까
[경향신문]
임용고시에 합격하지 않은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간 임금에 차등을 둔 현행 제도에 대해 법원이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은 기간제 교사나 정규 교사나 학교에서 동일한 업무와 책임을 진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아직 1심 판결에 불과하지만 ‘기간제교원은 법적으로 교육공무원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법원이 명확히 한 만큼, 앞으로 나올 상급심 판단에 따라 기간제교사의 처우 개선에 대한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이기선 부장판사)의 기간제교사 임금·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기간제교원들의 호봉 승급을 정규교원과 차별한 것은 위법·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기간제 교사 25명은 “정규 교사와 똑같은 일을 함에도 기본급 및 정근수당, 성과급과 복지 포인트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며 2019년 11월 소송을 냈다. 정규교원과 기간제교원의 처우는 호봉 승급과 성과상여금 등에서 차이가 있다. 정규교원의 경우 1년에 한 번씩 호봉이 오르지만 기간제교원은 대통령령인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봉급을 ‘고정급’으로 지급받도록 돼 있어 계약기간 중에는 호봉이 오르지 않는다. 2021년 교육통계에 따르면 각급 학교에 근무하는 기간제교원은 6만1994명으로 전체 교원(50만859명)의 12.4%에 달한다.
법원은 이 규정이 기간제교원이 받는 보수를 부당하게 차별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다고 봤다.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정부는 기간제교사와 정교사 호봉이 동일하게 승급되도록 공무원보수규정을 손질해야 한다. 전교조는 “기간제교사가 승급기간을 충족해도 계약 당시 호봉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고정급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반적으로 3월에 새 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기간제교원들이 이전 학교에서 근무했던 1~2월분 정근수당을 받지 못하도록 한 서울시·경기도의 계약제교원 운영지침에 대해서도 법원은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부산·대구·울산·제주의 경우 기간제 교사의 소속 학교가 달라져도 이전 학교 근무 기간에 대한 정근수당도 지급대상으로 하고 있다. 다만 정규교원보다 기간제교원의 성과상여금 기준호봉이 낮은 데 대해서는 “성과상여금은 정부가 재량적으로 차등을 둘 수 있다”고 보고 위법한 차별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법원이 기간제교원을 ‘교육공무원법상 교육공무원’이라고 판단하면서 앞으로 기간제교원의 법적 지위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간제교원은 정규교원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이들의 법적 지위를 ‘민간 근로자’로 해석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간제교원과 정규교원 사이에 업무와 책임의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서 학교 업무분장 때 기간제교원이 담당할 업무를 비워놓는다는 점, 학생부·학교폭력 등 정규교원이 기피하는 업무를 기간제교원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정규교원과 마찬가지로 직무연수를 의무 이수해야 하고 겸직이 금지된다는 점 등을 짚었다.
소송을 대리한 하태승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기간제교원의 법적 지위 문제는 아직 대법원에서 정리된 쟁점이 아닌데, 이를 분명하게 했다는 게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판결 취지를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 중이며, 입장을 정리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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