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봉인된 '김정숙 옷값'..대통령기록물 공개될 수 있을까[법안스트리밍]

맹진규 2022. 5. 1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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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홍석준 의원 발의
대통령기록물 공개 법안
대통령기록물이 진실 은폐하면 안돼
김정숙 여사 옷값 논란·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文 정부 임기 끝나면서 관련 기록 대통령기록물로 넘어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내역과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과 관련한 정부 대응 자료가 끝내 공개되지 못하고 봉인됐다. 문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서 관련 자료가 대통령기록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 해당 자료는 15년에서 최장 30년간 열람할 수 없게 된다.

지난 2월 법원은 청와대가 김정숙 여사의 의전 관련 비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납세자연맹이 관련 소송을 제기한지 3년여 만이다. 

납세자연맹은 2018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과 김정숙 여사 관련 의전비용 등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김정숙 여사가 옷값으로 세금 수억원을 지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 측은 “국가 안보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납세자연맹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에 청와대는 1심에 불복하고 즉시 항소했고 결국 재판 중에 관련 기록이 대통령기록물로 넘어가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각하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1심에서 공개하라고 판결한 특활비 지출결의서와 운영지침, 김 여사 의전 비용 예산 편성 금액과 지출 내용 등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사실상 공개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당시 해양경찰청과 국방부는 도박 빚에 시달리던 공무원 이씨가 월북하려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은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에 반발해 관련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냈고 승소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이 즉각 항소하면서 소송은 길어졌고, 결국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유족들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조항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유족 측은 "대통령이 퇴임과 동시에 대통령기록물 지정을 통해 진실을 숨기려 하는 것은 반인권적이며 헌법에 위반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지난 4월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원이 정보공개를 결정하거나 재판 중인 경우에는 대통령기록물을 비공개로 분류하거나 보호기간을 정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석준 의원은 "법원이 정보공개를 결정한 경우에도 비공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최장 30년 동안이나 공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는 입법의 미비"라며 법안 발의의 취지를 밝혔다.

홍 의원은 이어 "대통령기록물 지정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통령지정기록물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고등법원장이 중요한 증거라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한 경우에만 공개가 가능하다. 

홍 의원실 측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김정숙 여사 옷값 논란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의 부칙 2항에 '이 법 시행 전에 법원이 정보공개를 결정하거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법원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에도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 만료 후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의 장이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대통령기록물의 비공개 분류 및 보호기간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홍 의원실 측은 "정보공개 재판이 보통 수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바뀌게 되면 해당 기록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진실을 알 수 없게 된다"며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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