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폭락, 전쟁 수준 트라우마".. 정신과의사가 조언한 금지행동은

김소정 기자 2022. 5. 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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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가치가 사실상 휴짓조각 수준으로 폭락한 가운데, 심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는 이럴 때 일수록 휴식을 취하고 혼자 있지 말라고 조언했다.

픽사베이

12~13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루나와 테라의 대폭락으로 전 재산을 잃었다며 “우울하다”, “한강 간다” 등의 글들이 이어졌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19달러(약 15만2800원)까지 치솟았던 루나는 12~13일 99% 폭락한 1센트대로 추락했고, 자매 코인인 테라도 통상 가격인 1달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9센트 수준으로 폭락했다.

테라는 개당 가치가 1달러에 고정된 일명 스테이블 코인이다. 테라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하락하면 루나를 발행해 테라를 사들여 가격을 높인다. 반대로 1달러보다 떨어지면, 루나를 매입해 테라 가격을 1달러에 맞춘다. 하지만,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악화되며, 테라 가격이 1달러 밑으로 크게 떨어지고, 이에 루나도 폭락하게 된 것이다.

이번 폭락 사태로 우울증,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때 주식 실패로 수억원을 잃고 공황장애·우울증을 겪었던 정신과 전문의 박종석(41)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13일 조선닷컴에 “지난주부터 나스닥 폭락으로 주식 우울증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하루 5명 이상 방문했다. 어제오늘 이틀 동안 루나 폭락으로 오신 분들은 총 11분이다”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현재 이번 폭락 사태에 대해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재난’이라고 표현했다. 박 원장은 “고점 대비 -98%까지 손해를 보신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은 불안, 우울 정도가 아니라 전쟁이나 재난 수준의 트라우마를 겪는다. 폭발사고를 경험하면 일시적으로 인지기능, 지남력, 판단 능력 등이 마비되는데, 루나 투자자들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다”며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등 이게 현실인지 조차 구분할 수 없는 멍한 상태, 즉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할 수 있게, 휴식을 취해야 한다. 박 원장은 “먹고 자고 휴식하면서 공황상태, 트라우마 상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제공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또 다른 투자는 절대 ‘금물’이다. 박 원장은 “두 번째 재난을 막아야 한다. 무리하게 손실 회복을 위해 물타기를 한다거나, 다른 투자에 달려가는 일은 피해야 한다. 패닉에 빠진 뇌는 평소보다 전두엽의 기능이 30%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인지능력, 판단력이 훨씬 떨어진 상태다. 이럴 때 투자 행위를 하면 추가 실패, 2차 재난을 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조언했다.

박 원장은 “지금 너무 절망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혼자 있으면 자꾸 자책하고 우울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절대 혼자 있지 마시고 가족, 친구, 상담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시고 마음을 털어놓길 바란다”고 했다.

또 “루나 코인 투자자분들은 향후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코인에 관한 악몽을 꾼다거나, 다른 사람들이 주식, 코인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예민해지고 화가 나는 재경험, 과각성 증상을 보일 수 있다”며 최소 2주간 주식, 코인을 연상케 하는 모든 소셜미디어, 인터넷을 차단하고 멀리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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