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왼손과 오른손에 숨어있는 우주의 비밀

이한나 2022. 5. 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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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우주 / 최강신 지음 / 동아시아 펴냄 / 1만6000원
'오른손을 한번 설명해 봐.'

외계 생명체에게 오른손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출발하는 이 책은 참신한 발상 덕분에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 독자마저 끌어들인다.

공통으로 알고 있는 비대칭 물체나 구조가 없다는 가정하에 왼쪽·오른쪽을 구별하는 질문은 실제로 1964년 마틴 가드너가 '오즈마 문제'라 이름 붙인 것이다. 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거울 대칭과 전하와 자하, 전기와 자기의 오른손 법칙, 전자와 양성자, 벡터와 같은 현대 물리학 주요 개념이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 나온다.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부교수인 저자는 입자물리학과 끈이론이 이 세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하는지 연구한다. 그는 왼쪽과 오른쪽의 차이를 알려면 더 높은 수준의 현대물리학이 필요하고, 이 차이를 구별하다 보면 우주의 깊숙한 비밀을 이해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대칭 개념이 중요하다. 대칭과 대칭의 깨짐이야말로 자연법칙의 가장 근본원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보존법칙은 자연법칙의 시간이동 대칭으로부터 유도되고, 운동량 보존법칙과 각 운동량 보존법칙은 자연법칙의 시간이동 대칭, 회전 대칭으로 이끌어진다. 왼손과 오른손이 닮았다는 것은 대칭을 이해하는 것이고, 둘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아는 것은 대칭의 깨짐을 이해하는 것으로 우주의 원리가 담긴 셈이다.

대칭은 또 모든 부분에 골고루 힘이 분산된 '공구조'에서 비롯돼 주어진 재료로 가장 적은 공간을 차지하는 격자 모양 '벌집 구조'가 일상에 적용된 사례도 찾을 수 있다. 스웨덴 가구 회사 이케아는 재료를 적게 쓰면서 튼튼한 벌집 구조를 선택해 가장 가볍고 튼튼한 책상을 만들었다. 인간 뼈도 같은 구조로 형성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스카치테이프가 벽에 붙는 것마저 전기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기를 얻는 방법은 영구 자석을 움직여서 자석 주변의 전선에 전기가 흐르게 하는 것이다.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 전선이 자석 주변에서 돌아가도록 한다. 전선에서 전기가 발전돼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고, 렌츠의 법칙(전자기법칙)에 따라 전선에 생기는 전류는 자기장을 만들어 바퀴를 잘 돌아가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마치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을 하듯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논리를 밟아가며 이야기를 발전시킨다. 책 제목은 1956년 오직 왼쪽으로만 돌아가는 중성미자가 발견돼 거울 대칭이 깨진 것을 두고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가 한 발언에서 비롯됐다.

너무 오랜만에 물리학 책을 잡은 기자에게는 여전히 버겁지만, 문·이과 통합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는 물리학을 통한 세상 이해하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모든 비밀이 풀린 것만 같은 세상이지만 아직도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 많다는 점도 좋은 자극이 될 만하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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