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나를 옥죄는 불안..함께 살아갈 수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공황 발작 증상을 겪었던 그는 스무 살이 돼서야 비로소 공식적으로 불안 장애를 진단받았다. 치과 의사, 비행, 고속도로 운전, 약물 투약, 흙을 만지는 일, 봉투를 핥는 일…. 그가 공포를 느끼는 대상의 목록은 갈수록 늘어나고 갈 수 없는 곳도 많아진다. 정신과 의사의 진료실에서부터 요가 수련회, 애팔래치아산맥의 어느 산길에 이르기까지, 불안과 맞서 싸워 온 저자의 기나긴 여정은 일종의 고백에 가깝다. 20년도 더 지난 1999년 연구 결과를 봐도 불안 장애에 미국인이 한 해에 지출하는 돈이 630억달러에 이른다고 하니 비단 특별한 어떤 한 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피터슨은 불안 장애와 함께하는 삶의 가장 절망적인 부분은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라고 단언하며 "걱정과 공포가 인간적 유대를 밀어낸 고독의 방"이라고 표현한다. 자기 자신에게만 신경 쓰느라 이기적인 사람이 되기도 쉽고, 타인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다가 정작 자기 감정 표현을 못하는 가면을 쓴 듯한 사람이 되기도 쉬워서다. 평생 가톨릭 교도들이 자신을 살해할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칼과 함께 잠자리에 든 할머니를 떠올리기도 하고, 자신과 닮은 딸을 보면서 흔들리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사를 쓰고, 어머니의 역할도 해내고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불안이 항상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는 불안의 경험은 상대방의 아픔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기에 친구나 연인, 가족들의 친밀감과 사랑을 더욱 잘 느끼게 됐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어느덧 25년 동안 불안 장애를 안고 살아온 만큼 더 이상 완치에 대한 희망을 품지는 않는다. 불안 증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끌어안고 사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는 솔직한 말은 불안 증세를 가지고 있는 모든 이에게 또 다른 희망을 준다. 불안을 느낀다는 것은 때로는 슬프지만 매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무른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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