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밀폐된 어항에서 살아남는다는 새우..괜찮을까?[생각할 경향]

강한들 기자 2022. 5. 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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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소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작은 우주 속 반려새우, 10년을 함께해요’ 펀딩. 와디즈 홈페이지 갈무리


“먹이를 줄 필요도, 수질 교체도 필요 없다. 반려 새우, 10년을 함께해요”

밀폐된 어항에서 10년간 키울 수 있다는 ‘반려 새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논란입니다. 소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올라온 “작은 우주 속 반려 새우, 10년을 함께해요”가 문제가 된 건데요. 지난 11일 시작된 이 펀딩은 13일 오후 12시 현재 426명이 후원하고, 약 2200만원이 펀딩되며 목표치의 4340%를 달성한 상태입니다. 트위터의 한 유저(@shxxxxxxx)는 지난 11일, 이 프로젝트의 내용을 공유하며 “먹이도, 물 관리도 안한다는 것은 동물 학대”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글은 4586회 리트윗되며 많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트위터 갈무리


밀폐된 어항에서 물도 갈지 않고, 먹이를 주지 않아도 10년이나 살아남는다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진 않는데요. 펀딩을 올린 아이에보 측은 이를 ‘닫힌 생태계’라고 설명합니다. “외부와 물질 교환 없이 스스로 유지하는 생태계”라는 건데요. 상온에서 녹조류 등 조류가 박테리아와 새우에 산소를 공급하고, 새우의 노폐물이 나오면 박테리아가 분해해 다시 조류와 박테리아의 영양분이 되는 식이라는 겁니다. 아이에보는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2019년 경기도에서 창업지원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아이에보 측은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싶지만, 관리의 부담을 느끼는 1인 가구” “물멍 때리며 힐링하고 싶은 사람” 등에게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 설명처럼 정말 갇힌 곳에서 10년 동안이나 새우가 살 수 있을까요? 해당 펀딩에는 “해외에서 판매되는 새우는 3~8주에 한 번 밥을 줘야 하고, 밥이 없어도 몇 달 동안은 살 수 있다는데, 이 새우는 밥을 한 번도 주지 않아도 10년을 살 수 있다는 건가”라는 질문이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기자가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합니다. 류종성 안양대 해양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유사한 원리를 적용한 바이오플락(어류의 배설물이나 사료 찌꺼기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와 아질산을 미생물이 분해해 사육수를 재활용할 수 있는 양식 기술)이라는 새우 양식 방법도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새우가 수명이 10년이 되는지, 이렇게 작은 수조에서 가능한지 등을 고려하면 구현하기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와디즈 측은 “해외에서 수십 년 전에 개발된 기술력이고, 해외 유통 사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펀딩을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에보 측에서 설명하는 새우가 밀폐된 공간에서 살 수 있는 원리인 폐쇄된 생태계. 와디즈 홈페이지 갈무리


■법적으로 ‘동물 학대’일까

아이에보 측은 “여행 갈 때도 간편하고 손쉽게 데려가요”라는 홍보 문구도 넣었습니다. 커뮤니티에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질문이 올라오자 “테스트 기간 동안 한여름, 한겨울에 자동차에 실어서 돌아다녔습니다”라며 “많은 소음은 상관이 없고, 계속되는 진동에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1시간 되면 잘 있는다”고 답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보호의 기본원칙으로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하도록 할 것”을 포함하고, 동물학대를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에서 말하는 ‘동물’에 새우와 같은 갑각류는 해당이 안 됩니다. 이 법은 포유류·조류·파충류·양서류·어류 등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새우와 갑각류를 가둬놓는 게 아니라 꺼내서 의도적인 학대를 한다고 해도 현행법상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합니다.

해외는 어떨까요? 갑각류도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동물복지법의 범주에 갑각류를 포함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가 한 연구는 갑각류, 두족류 등이 지각력이 있다는 강력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지난달 영국 의회는 ‘지각 있는 동물’의 범위를 게, 문어 등에도 확대한 동물복지법 개정안을 상원에서 의결했습니다. 스위스에서도 2018년 갑각류가 동물복지법 적용 범위에 포함돼, 산 채로 끓는 물에 집어넣는 게 금지됐습니다.

와디즈 홈페이지 갈무리


■불법은 아니더라도…“행동 욕구 충족 못 시켜”

갑각류에 대한 동물 복지 논의는 초기 단계입니다. 해외에서도 ‘어떻게 키워야 한다’는 것에 대한 기준보다는, 운송과 도살 방법에 집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생동물은 어떤 개체든 환경에 적응해 살아온 시간에 따라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할 욕구가 있다고 합니다. 수의사이자 동물 복지 전문가인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야생 동물이 진화해 온 환경에 따라 특정 행동,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할 욕구가 있다”며 “새우가 원래 사는 야생 서식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사육 시설일 것이고, 그 욕구를 다 충족시킬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새우가 정말 ‘반려’ 새우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펀딩 커뮤니티의 한 사용자는 “귀차니즘에 빠져 편하게 반려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에 마케팅 초점이 맞춰져, 반려동물과 함께할 때 준비해야 할 책임은 빠져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형주 대표도 “동물과 사람이 감정 교류를 하며 살 수 있을 때 반려동물이라 하지, 이 경우는 일방적인 관상”이라고 짚었습니다.

취재가 시작된 후 펀딩은 중단됐습니다. 와디즈 측은 “‘스토리 허위 사실’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명확한 사실확인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동물 복지 관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고려해 사실확인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 프로젝트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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