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이어 파키스탄도 정치·경제난에 '디폴트 위험' 급증

최서윤 기자 2022. 5. 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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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 13.37%..아시아에서 스리랑카 이어 두 번째
한 달 전 임란 칸 축출 후 취임한 신임 총리, 남은 임기 1년 '험로'
지난달 축출된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의 지지자들이 그의 연설을 듣기 위해 집회에 모였다. 2022. 4. 21.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이행 중인 파키스탄에서 치솟는 물가와 한 달 전 축출된 임란 칸 전 총리 주도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급증하고 있다고 13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파키스탄의 물가상승률은 13.37%로 실제 부분적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빠르다. 외환보유고는 103억 달러로, 두 달간 수입 품목을 지불하고 나면 끝나는 수준이다. 증시 역시 5% 폭락했으며, 달러 대비 루피화 가치는 현재 사상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셰바즈 샤리프 신임 총리가 시험대에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파키스탄 의회는 경제·정치 상황 악화 속 지난달 11일 칸 전 총리를 불신임 퇴진시켰다. 이어 당시 야당(파키스탄무슬림리그) 대표였던 샤리프 총리가 내년 8월까지 남은 임기를 보장받고 취임한 것이다.

지난달 11일 파키스탄 의회에서 셰바즈 샤리프 당시 야당 대표가 새 총리 선출을 앞두고 연설하던 모습. 그는 이어 총리로 선출됐다. 2022. 4. 11.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샤리프 총리는 1년여 임기 동안 정부가 2019년 7월부터 해온 IMF 협상을 매듭짓고, 칸 전 총리가 '고육지책'으로 실시해온 연료 보조금을 폐지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무슬림 리그 최고위원은 "오는 15일 유가를 재검토할 예정"이라며 "샤리프 총리는 가솔린·디젤 가격 인상 관련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료 보조금 폐지는 칸 전 총리가 시위대를 결집할 구실이 되고 있다. 칸 전 총리는 6월까지 연료 보조금 3000억 루피 이상을 지급해 유가 인상 폭을 제한하려 했었다.

정부의 결정을 앞두고 칸 전 총리는 200만 명의 시민과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행진하며 즉각 선거를 다시 열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달 축출된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가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며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2022. 4. 21.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샤리프 총리 역시 연료 보조금 폐지를 피하고 싶어 했다. 미프타 이스마일 재무장관은 공개적으로 연료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샤리프 총리는 이를 두 차례나 거부했다.

샤리프 총리는 지금까진 국민에게 포퓰리즘적인 조치들을 거론해 왔지만, 이제 IMF와의 협상을 앞두고 있어 불가피한 선택에 직면한 것이다.

파키스탄의 디폴트 위험 관련 보험 비용이 최근 몇 주간 급등한 상황에서 IMF의 대출 프로그램을 재개시켜야 해 부담이 크다.

IMF는 "이달 하반기 샤리프 정부와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샤리프 정부는 거시경제를 안정시키는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은 샤리프 총리에게 '행동'을 주문하는 상황이다. 아시프 알리 쿠레시 옵티머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회장은 "샤리프 총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인해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정치적 고려 때문에 정부의 힘든 경제적 결정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협상과 결정을 앞두고 샤리프 총리와 이스마일 재무장관 등 내각 주요 인사들은 이번 주중 영국으로 가서 샤리프 총리의 형이자 세 차례 파키스탄 총리를 지낸 나와즈 샤리프를 만나 연료 가격 인상 관련 협의를 하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야당이던 파키스탄무슬림리그가 임란 칸 당시 총리 축출에 성공해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취임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던 모습. 파키스탄 페샤와르 2022. 4. 11.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유류보조금 삭감과 IMF 협상이라는 부담 속 칸 전 총리의 공세도 부담이다. 탈레반 정권과 친밀했던 칸 전 총리는 샤리프 형제와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도움으로 자신을 퇴진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남아시아 사회정책연구소 아킬 베리 소장은 "칸에겐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들 추진력이 없다"면서 "샤리프 총리는 그냥 경제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유류보조금과 관련해선 "국고에 부담이 돼도 유지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샤리프 총리가 내년 8월 안정적으로 임기를 마치게 되면 파키스탄은 3개월 이내 총선을 열어 새 총리를 뽑게 된다.

한편 파키스탄 역시 스리랑카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인프라 개발 사업인 일대일로에 참여하면서 외채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닥치면서 경제난이 심화한 것이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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