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특권층·혐오의 자유?..이것이 윤석열식 '자유'인가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넘쳐나는 말과 사건 속에서 인권의 가치를 벼리기 위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들의 고민을 <프레시안>에 연재합니다. 우리의 말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여는 싹이 되고, 인권 감수성을 돋우는 생각의 밭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2022년 5월 11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국회 앞 여의도를 가득 메운 전국에서 대절한 버스들과 사람들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사실은 6.1 지방선거 총력 결의의 장임을 실감한다. 국민의힘 당원을 비롯한 지지자들 4만 명이 모인 취임식에서 대통령 취임사가 전한 메시지는 추상적인 자유와 공정이었다. 그럴듯한 수사를 쓴 취임사임에도 윤 정부의 방향을 유추할 수는 있다.
취임사에서 35번이나 언급할 정도로 강조된 '자유'가 인권에서 강조하는 자유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평등'이 없기 때문이다. 취임사에 '인권'을 4번이나 언급하고 '연대'를 6번이나 말했음에도 평등은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근대인권혁명과 현대에 이르기까지 발표된 수많은 인권 선언문과 국제인권규약에서 자유는 홀로 언급되지 않았다. 평등과 연대(우애)와 함께 강조된 가치다. 그래서 흔히 인권의 세 기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자유 없는 평등은 획일화이자 노예적 종속이며, 평등 없는 자유는 탐욕의 폭력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인권기준에서 자유와 평등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강조하며 자유와 평등은 어느 하나만 뗄 수 없다. 하나가 결핍되면 다른 하나조차 온전하게 권리를 누릴 수 없는 것, 상호불가분성의 특징이 있는 것이 인권이다. 취임사에서 평등은 언급하지 않고 자유만 언급하였기에, 그 자유는 인권이 지향하는 자유와 다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가 '인권의 가치로서 자유'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결국 대선후보시절의 주장과 국정과제 그리고 내각 인사에서 유추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무한 이윤창출의 자유
그는 시종일관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 경영진을 만나며 '규제 완화'를 말했다. 규제 완화에는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지키기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완화도 포함됐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제도적 보호 장치를 규제로 보는 시각은 잘못됐을 뿐 아니라 위험하다. 국가의 책무 중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사회구성원의 생명을 뒤로 팽개친 셈이다. 그동안 기업이 이윤을 우선시하며 안전 장비나 안전을 위한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아 노동자와 시민이 사망하는 현실을 행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후보 시절부터 현재까지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거나 특별연장근로 대상을 확대하는 안을 내놓은 바 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가 발생하는 현실을 외면했다. 그뿐 아니라 최저임금 지역별·직종별 차등적용을 말하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기업의 무한 이윤추구의 자유일 뿐이다. 개인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자유가 아니다.
이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게서도 드러난다. 그는 김대중 정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비서관,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 이명박 정부 주미대사 등 정당과 상관없이 중요한 공직에 있던 경제 관료라는 점을 능력이라고 대통령은 강조하지만, 퇴직 후의 행보는 이해충돌의 문제가 많아 '어떤 능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무역협회장,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에쓰오일 사외이사 겸임하며 민간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서 수십억 원의 재산을 불렸다. 그런데도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는 활동 명세조차 공개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런 그를 국무총리로 '회전문 인사'하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만이 아니라 여러 정부가 회전문 인사로 관피아(관료-마피아)를 키웠고 그 결과 개인의 공직 경험이 기업의 사익을 위해 기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동안 관피아들이 법치를 흐리고 공직사회의 도덕적 기강을 흐렸다. 일반 시민과 노동자가 피해를 보았음에도 이를 반복하고 있다.
게다가 김앤장이 어떤 곳인가. "한국의 그림자 정부"라고 불릴 만큼 주요한 노동 및 인권 현안에서 대기업 권력의 이해를 대변한 로펌이 아닌가. 지금도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라고 판정한 아시아나 케이오 해고자들에 대한 행정소송을 맡은 곳이 김앤장이다. 김앤장의 성공비결은 전관예우다. 공직자 출신 비법조인 고문은 현재 87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이를 알려준다.
5월 19일부터 시행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적 이익 추구를 금지하고 있다. 장관, 차관 등 공직자윤리법상 재산공개 대상인 고위공직자는 임용 후 30일 안에 자신이 지난 3년간 민간 부문에서 일한 내용을 소속 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10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덕수 후보자는 이해충돌방지법의 대상임에도 과태료만 내면 되는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 같다. 그는 공직자가 갖춰야 할 청렴성과 거리가 멀다. 윤 대통령이 정경유착의 씨앗인 관피아에 대한 관용적 태도는'취임사의 자유가 기업의 무한 이윤창출의 자유, 탈법의 자유를 지시하는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특권층의 자유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정부가 내정한 내각 인사들은 하나같이 편법으로 자신의 부를 축적했을 뿐 아니라 자녀에게 권력을 세습하기 위해 편법과 불법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진해서 사퇴한 김인철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한국외대 총장 시절 자신의 사외이사 겸직을 편법으로 '셀프 허가'했으며, 한국 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을 지낼 당시 딸과 아들 모두 같은 재단에서 수천만 원의 장학금을 주었다. 심지어 제자의 논문심사를 '방석집'이라는 부적절한 장소에서 접대받으며 했다는 의혹까지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의 의대 편입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있다. 자신이 재직 중인 경북대병원에서 자녀는 봉사활동 이력을 쌓아 대학 편입학 입시에 반영되었고, 면접시험에서 정 후보자의 자녀임을 알 수 있었을 심사위원들의 구술 만점 평가도 의혹 대상이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정도다.
사람들은 조국의 자녀 부모 찬스에 대한 비판과 수사로 일약 정치 스타로 오른 윤석열의 내각이 맞냐는 비판과 자조를 쏟아낸다.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주장한 공정조차 특권적 입장이었음을 반증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에서 말한 공정이란 '엘리트 특권층의 물고 물리는 경쟁'이지 평등과 정의의 공정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하기에 어떤 수식어도 없이 6번이나 반복한 연대는 특권층의 연대, 즉 '커넥션'이냐는 비아냥거림을 받기에 충분하다.
사회적 소수자를 혐오할 자유
무엇보다 인권 단체들이 윤석열 정부에게 우려하는 것은 여성,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공격 때문이다. 국가는 사회적으로 권리가 취약한 집단을 동등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대선 때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 여성혐오를 조장했고 당선 후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여가부 폐지법안'을 발의했다. 국정과제에 여가부 폐지가 있지는 않으나 여가부 관련 사업도 다른 부처와 같이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분장하여 여가부의 실질적인 힘을 빼고 있다. 심지어 김현숙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여가부 폐지'를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함으로써 여성가족부를 강화하겠다'는 김 후보자의 말장난에 속아 넘어갈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인사청문회에서 말한 '젠더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다'라거나 '권력형 성범죄에 대응하지 못한 점' 등은 성평등 전담 기구를 강화하고 성평등 추진체계를 다변화할 근거지 폐지할 근거가 아니다.
그 외에도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계기로 장애인 혐오를 선동했다. 그리고 김성회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은 과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했을 뿐 아니라 성소수자 혐오발언도 일삼고 있다. 과거에 "동성애는 정신병"이라고 발언한 것을 사과하면서도, "동성애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흡연자가 금연 치료를 받듯이 일정한 치료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차별 발언을 했다. 이는 소위 '전환 치료(conversion therapy)'의 입장으로 이미 40년 전인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성소수자를 질병으로 보는 것은 비과학적이며 국제인권법에 반한다고 확인한 것이다. 반인권 혐오 발언을 한 사람이 대통령의 비서관임에도 대통령이나 당사자나 이렇다 할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대통령이 말한 자유가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의 자유'를 일컫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존엄과 평등의 연대
그러나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절망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노동자, 빈민들이 매일매일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산재 사망한 지 54일이 다 되도록 장례도 치르지 못한 동국제강 비정규직 故 이동우의 분향소가 있다. 물러서면 온 땅이 죽음과 통곡의 바다가 될 것이기에 절망만 할 수는 없다.
생명의 씨앗을 모두 막아놓을 것 같은 시멘트 바닥의 틈으로 피어난 들꽃처럼, 우리는 인간의 존엄을 피울 것임을 안다. 더 넓은 연대로 평등과 존엄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믿는다. 여전히 국회 앞과 충남 민주당 당사에서 인권 활동가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을 하고 있고, 경찰의 행진 불허를 뚫고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행진에 대해 법원의 승소를 받은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을 마련하라며 싸우는 장애인 활동가들이 있으며, 헌법상 보장된 노조를 설립할 권리를 보장하라며 대기업 SPC에 맞서 46일째 단식투쟁하는 파리바게뜨 임종린 노동자가 있다.
혐오 세력에게는 보잘것없는 몸뚱이로 보일지 몰라도 우리는 우리의 몸뚱이로 존재를 드러내며 싸운다. 서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우리이기에 더 다양하고 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것임을 안다.
이제 시작이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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