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할 수 있는 만큼만 준비해요

한겨레 2022. 5. 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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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마세요.

얼음이 물이 되고 물이 수증기가 되고 구름이 되었다가 다시 물이 되고 얼음이 될 수 있잖아요.

물이 수증기로 날아갈 때 슬퍼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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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용수스님의 티베트불교 향기]

사진 픽사베이

죽음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마세요. 얼음이 물이 되고 물이 수증기가 되고 구름이 되었다가 다시 물이 되고 얼음이 될 수 있잖아요. 물이 수증기로 날아갈 때 슬퍼하지 않잖아요.

우리 자체는 죽지 않아요. 탄생이 없기 때문에 죽을 수 없어요. 몸이 죽는 거죠. 렌터카처럼 잠시 빌렸다가 반납하는 거죠. 호텔처럼 체크인하고 체크아웃하는 거죠.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몸을 갈아입는 것뿐입니다. 다음 생에 어떤 몸을 받을 지는 이생의 마음에 달려 있어요. 마음을 선하게 깨어 있게 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우리는 이생에서 시작한 것을 내생에도 계속하게 됩니다. 이생에 욕심을 부렸으면 내생에도 욕심을 따라가게 되어요. 이생에 깨달음을 구하기 시작했으면 내생에도 해탈의 길을 만날 겁니다. 이생에 쾌락을 따랐으면 내생에는 쾌락의 노예로 태어납니다. 이생에서 명예에 집착했으면 내생에도 명예를 추구합니다.

이생이 끝이 아닙니다. 몸은 끝나지만 마음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끝날 수가 없어요. 사실은 모든 것이 마음입니다. 과학자들도 물질이 물질이 아니라고 증명하고 있어요.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것은 밖에 객관적으로 있는 게 아니라 꿈의 현상처럼 다 마음일 뿐입니다.

거친 몸을 벗어나면 영가가 49일 동안 헤매다가 다시 몸을 찾아요. 49일 동안 업이 풀려서 많이 혼란스러워요. 지금 마음이 대체로 평화로우면 죽을 때도 평화롭고 49일 바르도(불교에서 ‘死有’에서 ‘生有’로 이어지는 중간적 존재인 ‘中有’)에서도 평화로울 겁니다. 지금 마음이 불안하면 죽을 때도, 그 이후에도 불안합니다. 이생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이생에도 미래 생에도 유일하게 할 일은 마음공부입니다. 내생에 계속할 것을 이생에도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겁니다. 이생은 아주아주 짧지만 미래 생은 아주아주 길어요. 한참 갈 길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생만 생각하면 너무 근시안적인 사고입니다.

불교의 해탈은 집착으로부터 해탈하는 것입니다. 윤회하는 가장 끈질긴 원인은 이성의 몸에 대한 집착입니다. 형태와 느낌에 엄청나게 집착합니다. 그 다음으로 명예와 권력, 돈에 집착합니다. 그리고 고기의 맛에 집착합니다. 우리가 집착하는 모든 것은 실체가 없습니다. 변화하는 상태로 잠깐 환영처럼 있는 줄 모르고 영구적으로 독립적으로 있다고 생각해서 집착합니다. 수행은 집착을 버리는 겁니다. 마음의 자유와 평화를 얻고 싶으면, 진정한 행복을 원하면 덧없고 부질없는 삶의 본질을 깨쳐야 합니다.

사진 픽사베이

물고기는 맛에 집착해서 죽어요. 코끼리는 진흙의 시원한 촉감에 집착해서 죽어요. 나방은 불에 집착해서 죽어요. 벌은 향기에 집착해서 죽어요. 우리도 오감의 대상에 집착해서 죽어요. 오감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죽음을 초월하여 해탈할 수 있어요.

이생의 모든 두려움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죽음이 무엇인지 알면, 죽을 때 어떻게 되는지 알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달랠 수 있고 모든 불안과 두려움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하면 됩니다. 임종 때 너무 후회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앞을 보고 가야죠.

죽을 때 죽지 않아요. 똥차를 신형 모델로 바꿀 뿐이죠. 다시 살 힘으로 새롭게 태어나요. 죽음은 준비할 뿐이지 두려워할 게 아닙니다. 중요한 행사를 준비하듯이 잘 준비합시다.

용수 스님/세첸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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