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5년 후폭풍.. 한전 1분기 손실 작년 한해치 넘었다

이윤정 기자 2022. 5. 1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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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1분기 7.8조 적자.. 작년 5.9조 훌쩍
저렴한 원전 낮추고 비싼 LNG·신재생 늘려
에너지 가격 폭등에 전기 팔수록 손해 커져
출자 지분·부동산 매각 등 고강도 자구노력

한국전력(015760)이 1분기에 7조8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악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연간 손실 규모인 5조8601억원을 단 한 분기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률이 줄어들자 한전은 그 자리를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신재생에너지로 채웠는데,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익성이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영업손실 20조원 전망이 현실화되자 한전은 보유 중인 출자 지분과 부동산, 해외 발전소를 최소한만 남기고 모두 팔기로 했다. 디지털화를 반영한 인력 재배치 등 구조조정도 시사했다.

5월 10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연합뉴스

◇ 1분기 영업손실 7.8조원… 원전 빈자리 비싼 LNG로 채우다 적자

한전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7조786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3일 밝혔다. 전년 동기(5656억원) 대비 1476.8%(8조3525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한전은 작년에 5조8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였는데, 올해는 단 한 분기 만에 작년 한 해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의 영업손실을 낸 것이다. 앞서 증권가가 제시한 영업손실 전망치(5조7289억원)보다도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1분기 매출액은 16조4641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912억원) 대비 9.1% 늘었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온 뒤 이를 되팔아 수익을 낸다. 매출액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전기 판매량이 늘었다는 것인데, 오히려 영업손실이 커졌다는 것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뜻이다. 실제 한전의 1분기 자회사 연료비와 민간 발전사 전력구입비는 각각 3조6824억원, 5조5838억원씩 증가했는데, 전기를 팔아 벌어들인 돈은 14조9236억원에서 15조3784억원으로 1조84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즉 한전의 비용이 급증한 것은 먼저 국제연료가격의 상승 때문이다. LNG는 작년 1분기까지만 해도 톤(t)당 54만7600원이었는데, 올해 1분기엔 132만7500원으로 142% 뛰었다. 유연탄 역시 같은 기간 t당 89.4달러에서 260.6달러로 191% 올랐다. 이에 따라 한전의 전력구매단가인 계통한계가격(SMP) 역시 올해 1분기 킬로와트시(kWh)당 180.5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76.5원) 대비 136% 치솟았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비율(RPS)이 9%에서 12.5%로 상향된 것도 한전의 적자 규모를 키웠다. RPS는 발전 설비 500㎿(메가와트) 이상 대형 발전 사업자가 총발전량 중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 비율이다. 즉 발전 단가가 낮은 원전이 과거 계획대로 활용됐다면 현재와 같은 국제 에너지 급등 상황에서 적자 규모를 줄일 수 있었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서 충격이 커졌다.

과거 한전의 영업손익 변동 현황을 봐도 한전 수익성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연결돼 있다. 한전은 2017년까지 4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8년 2000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고 2019년에도 1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은 “2018년~2019년은 유가상승 등으로 적자 전환했는데, 특히 2018년에는 원자력 안전 강화를 위한 정비일수 증가로 원전 이용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 2019년 원전 이용률은 각각 65.9%, 70.6%로, 2017년 71.2%보다 낮다.

저렴한 원전의 활용을 막아뒀다면 전기요금이라도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기반해 올렸어야 했지만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와 한전은 작년 연료비 등락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한전은 “전력구입비가 영업비용의 85% 이상을 차지한다”며 “탄소중립 목표달성, 안정적 전력공급, 효율적 에너지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원가 변동분을 반영한 전기요금의 단계적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미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일본, 이탈리아 등은 올 들어 많게는 55%까지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그래픽=손민균

◇ 출자 지분·부동산 최소한만 남기고 판다… 인력 재배치 등 구조조정도 시사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세를 고려하면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기 쉽지 않고, 인상한다 해도 지금까지 축적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만큼 충분히 올리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번 1분기 영업손실에 비춰보면 한국전력의 올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한국전력은 재무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전력사가 참여하는 형태로 ‘비상대책 위원회’를 확대 구성하고, 고강도 자구노력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한전은 보유 중인 출자 지분 중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을 제외하고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3월 기준 현재 한전은 국내 총 27개 회사에 2조9723억원을 출자하고 있다. 6개 발전자회사의 경우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출자 금액은 2조3477억원으로 전체 출자 현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보유 부동산 역시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원칙 하에 제로 베이스에서 매각대상을 발굴하기로 했다. 다만 어느 출자 지분과 부동산을 얼마나 팔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사업이 가능한 수준까지만 남기고 모두 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운영·건설 중인 모든 해외 석탄발전소의 매각 원칙을 정립하고, 해외사업 재편 및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전력공급 및 안전경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투자사업의 시기 조정 및 강도 높은 비용 절감도 추진하기로 했다. 발전 자회사는 연료비를 포함한 전력 생산원가 절감 노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경영 전반에 걸친 효율 향상을 위해서는 디지털화, 비대면 트렌드를 반영해 인력 재배치와 유연한 조직을 구현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읽히는 대목이다. 한전은 “연료비 등 원가변동분이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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