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 리포트] 미 백악관이 마련한 '우주 경제' 전략

박시수 스페이스뉴스 서울특파원 2022. 5. 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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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이 발표한 보고서 '우주 내 서비스, 조립 및 생산에 대한 국가 전략' 표지

미국 우주개발 전략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보고서가 최근 공개됐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이 4월 4일 발표한 것으로 A4지 10장 분량인 이 보고서의 제목은 '우주 내 서비스, 조립과 생산에 대한 국가 전략'이다. 보고서는 “미국이 우주개발의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역량을 꾸준히 채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며 "우주 내 서비스, 조립, 생산과 관련된 기술과 제품의 개발은 우주에서의 지속적인 경제 활동과 인간의 체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정부기관들은 민간과 협력하여 관련한 기술과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우주 내 서비스, 조립 및 생산’(이하 ISAM)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선뜻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정답은 문장 안에 있다. ‘우주 내 서비스’는 말 그대로 우주공간에서 제공되는 각종 서비스로 대표적인 것이 우주 쓰레기 제거와 궤도에 있는 인공위성에 필요한 연료를 재충전해 작동 수명을 연장해주는 ‘우주 주유소’ 서비스, 인공위성을 현재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옮겨주는 ‘우주 택시’ 서비스다. ‘우주 내 조립과 생산’도 말 그대로 우주에서 인공위성을 비롯한 장비를 만들거나 조립해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미국은 왜 ISAM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는 걸까? 보고서는 결론에서 ISAM과 관련된 역량이 성숙되면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 시스템의 궤도 내 임무수행 능력과 유연성, 운영 지속성,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복원하는 복원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반면 우주 시스템 구축에 드는 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해석해 보면 미국은 지금보다 더 많은 인공위성과 탐사선을 우주로 발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발사된 우주 시스템들이 지금보다 더 먼 우주까지 도달하여 지금보다 더 오랫동안, 고장 없이,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숙제는 우주 시스템 하나를 우주로 보내는데 드는 총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최선의 해답은 이들을 우주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이다. 재사용 발사체 덕분에 위성을 우주로 발사하는 가격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고 하지만 그것이 우주에서 위성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보다 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ISAM 역량 강화를 위한 6가지 구체적 활동도 제시했다.

'오비탈 프라임(Orbital Prime)’ 프로그램 개념도. 미 우주군 제공

우선 ISAM과 관련된 연구개발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동시에 확장성이 큰 인프라에 대한 연구개발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며, 동시에 ISAM과 관련된 산업의 육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또한 ISAM과 관련한 국제협력과 협업을 지향하고 동시에 이러한 작업이 환경친화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ISAM과 관련된 인재육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ISAM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의 지속적인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정부가 ISAM와 관련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에 대해 구체적인 정의를 내려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그래야만 정부가 관련한 수요를 가지고 있다는 시그널을 산업계에 꾸준히 보낼 수 있다”라고 했다. 또 이러한 지속적 시그널은 ISAM 역량강화를 위한 민관산학연 ‘동맹’을 구축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의 전략 발표에 열렬한 환영과 지지를 보낸 곳은 우주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공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의 모임인 콘퍼스(CONFERS)다. 이 단체는 우주 내 각종 서비스에 대한 국제 표준과 모범 사례를 개발 및 발굴하고 이를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단체의 운영을 총괄하는 브라이언 위든 국장은 스페이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우주 관련 산업이 그러하듯 이 분야에서도 정부는 가장 큰 고객”이라며 “미국 정부가 ISAM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관련된 산업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ISAM과 관련된 민간산업의 성장은 궁극적으로 국가안보와 정부 주도 우주 프로젝트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콘퍼스의 회원 명단을 보면 어떤 기업이 어떤 서비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핵심 회원에는 세계적인 항공우주기업인 에어버스와 일본의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 기업 애스트로스케일, 스위스의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 기업 클리어스페이스, 다국적 보험회사인 악사, 인공위성과 우주선에 장착되는 각종 센서를 개발하는 MDA, 인공위성 제작 및 운영사인 맥사 테크놀러지, 우주 인프라 기업 레드와이어 등이 있다. 영국의 우주 인터넷 회사 원웹과 ‘우주 주유소’ 서비스를 준비하는 오비트팹, 인공위성의 궤도 수정을 도와주는 ‘우주 택시’를 준비하는 모멘터스도 가입되어 있다.

미 우주군도 우주 내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민간과 협력해 관련된 기술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2021년 11월부터 ‘오비털 프라임’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주 쓰레기 처리를 비롯해 미 우주군에게 필요한 각종 우주 내 서비스들에 대한 개발을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 우주군은 5월 초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ISAM와 관련된 기술 및 제품 개발에서 협력할 125개 기업을 선발했다. 선발된 기업들은 각각 25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았고, 앞으로 150일 안에 프로젝트 지원 시 제출했던 우주 내 서비스에 대한 콘셉트와 디자인을 보다 구체화해 우주군에 제출하게 된다. 우주군은 이들 중 가능성 있는 기업을 추린 후 추가로 150만 달러를 지급하고, 이들이 제안한 아이디어의 시제품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다단계 심사를 통해 미 우주군은 향후 2년 내 1~2개의 최종 우주 내 서비스를 발굴하고, 이를 실제 우주에서 시연해 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아스트로스케일 제공

※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이 발표한  '우주 내 서비스, 조립 및 생산에 대한 국가 전략' 보고서 보기  https://www.whitehouse.gov/wp-content/uploads/2022/04/04-2022-ISAM-National-Strategy-Final.pdf

※ 동아사이언스는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뉴스와 해외 우주산업 동향과 우주 분야의 주요 이슈를 매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세계 우주 산업의 동향과 트렌드를 깊이 있게 제공할 계획이다. 박시수 스페이스뉴스 서울 지국장은 2007년 영자신문인 코리아타임스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를 거쳐 디지털뉴스팀장을 지냈다. 한국기자협회 국제교류분과위원장을 지냈고 2021년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뉴스에 합류해 서울 지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시수 스페이스뉴스 서울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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