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오마주', 슴슴한 위로의 힘 [마데핫리뷰]

2022. 5.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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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누군가에게 때로는 슴슴한 위로가 더 크게 와닿기도 한다. 신수원 감독의 '오마주'가 그렇다.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무심히 어깨를 토닥이는 방식을 택해 용기를 준다.

'오마주'는 1960년대 활동한 두 번째 여성 영화감독 홍은원에 관한 영화다. 제목은 '존경', '경의'를 뜻한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신 감독은 2011년 MBC 창사 50주년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여자만세'를 통해 만난 홍 감독의 딸, 한국 최초 여성 편집 기사 김영희와의 이야기를 녹였다.

아내이자 엄마인 지완(이정은)은 대표작 하나 없는 영화감독이다. 아들 보람(탕준상)은 "엄마 영화는 제목부터 구리다"며 무안 주고 남편 상우(권해효) 입에서 나오는 말은 '밥' 또는 '생활비'뿐이다. 신작 '유령인간'이 극장가에 걸렸으나 관객은 한 손에 꼽힐 만큼 적다.

잇따른 흥행 실패로 실의에 빠진 지완은 홍 감독의 '여판사' 필름 복원을 맡게 된다. 그러던 중 필름 일부가 사라진 사실을 접하고 홍 감독의 가족, 영화 관계자를 찾아 나선다. 지완이 닿는 곳마다 모자 쓴 의문의 여성 그림자가 동행하며 꿈꾸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가 입혀진다.

신 감독은 1세대 여성 감독 홍은원, 시대를 잘못 만난 여러 여성 영화인에게 위로 편지를 띄우는 동시에 이들이 겪은 실상을 있는 그대로 비춰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홍 감독이 투자만 제대로 받았더라면 김기영, 이만희 감독 못지않은 여성 거장이 됐을 거라 신 감독은 말한다.

당대를 살아보지도 않았는데 기시감이 드는 건 이정은이 지완이어서가 아닐까. 30여 년 만에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이정은은 마치 이 영화만을 오랫동안 벼르고 있던 것마냥 신들린 호연을 펼쳐낸다. 전매특허 생활 연기부터 깨알 웃음, 감동까지 전부 챙긴 채 펄펄 날아다닌다.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도, 가장 가까운 가족의 불신에도 자신에 대한 믿음 하나로 밀어붙이는 열정을 보고 있으면 따사로운 온기가 전해진다.

제69회 호주 시드니영화제, 제18회 영국글래스고영화제, 제34회 도쿄국제영화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제21회 트라이베카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제20회 피렌체 한국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오는 26일 개봉. 상영 시간 108분. 12세이상관람가.

[사진 = 준필름]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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