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청와대를 '근대역사공원'으로 만들자

기자 2022. 5. 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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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새 대통령이 용산에 집무실을 꾸려 근무하게 되면서 기존 청와대의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들이 다양하게 나온다.

필자는 청와대 권역을 경복궁의 후원 및 청와대 집무실이었던 원래의 공간 성격을 충분히 고려해 생생한 역사교육의 장으로 가꿔 가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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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위원장

윤석열 새 대통령이 용산에 집무실을 꾸려 근무하게 되면서 기존 청와대의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들이 다양하게 나온다.

‘북궐후원도형(北闕後苑圖形)’에 따르면 이곳은 원래 경복궁 북쪽의 후원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고종 때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신무문 밖의 이곳에 과거시험을 치르던 융문당·융무당과 왕이 몸소 농사를 체험하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전국 8도를 의미하는 8개 구역으로 나눠 만든 논밭인 팔도배미와 경농재(慶農齋), 군사들이 후원을 지키던 수궁 등의 기록이 있으나 문헌상으로만 전해지고 있어 아쉬움이 매우 크다.

그 후 일제강점기에는 현 청와대 권역에 조선총독 관저를 지었고, 광복 후 미군정기에는 미군 사령관의 관사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로 사용해 왔다. 김영삼 정부 초기에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대통령 관저와 본관은 새로 지었다.

오랜 기간 한 자리에 차지하고 있던 중요한 기능이 옮겨 가고 빈 상태가 될 때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필자는 청와대 권역을 경복궁의 후원 및 청와대 집무실이었던 원래의 공간 성격을 충분히 고려해 생생한 역사교육의 장으로 가꿔 가기를 제안한다.

먼저, 이곳을 경복궁 후원 권역으로서 경복궁의 문화재 권역을 확대하고 복원·정비해 경복궁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문화재 관점에서는 가장 이상적이지만, 청와대 내의 건축물을 모두 철거하고, 매장문화재를 발굴해 옛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엄청난 비용과 오랜 기간 소요 등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주변에 살면서 많은 불편을 감수해 온 지역민들의 정서를 고려해도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다음으로는,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등록하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등록문화재로서 근현대 시기 역사를 담고 있는 구역들을 점(點) 아닌 면(面) 단위로 보호해 그 공간이 자아내는 분위기를 진정성 있게 지켜 가자는 뜻이 담겨 있다. 물론 주변 지역에 대한 규제도 없다. 청와대 권역은 역대 대통령이 집무한 공간으로서 근현대 정치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므로 권역 전체를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등록해 국가문화유산으로 보호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능이 들어가도록 진지하게 의논하면 좋겠다. 약 15만 장의 청기와를 일반 도자기 굽듯이 한 장 한 장 구워서 지붕에 얹었대서 청와대라고 부르게 된 본관을 비롯, 관저·영빈관·상춘재·녹지원·춘추관 등 지금까지 국정의 한가운데서 열심히 일한 분들의 업무 환경과 담장으로 굳게 둘러싸인 내부 및 지하 벙커까지 일반 시민 누구나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제시하는 이런 청와대 활용 방향은, 해외여행 중에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던 미국 필라델피아의 독립역사공원에서도 유사하게 확인할 수 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집무실 공간을 포함한 전역을 국가사적지로 등록해 관리하는 한편,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서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역사공원으로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렇게 근현대 시기의 건물을 활용하면서 경복궁 후원의 옛 건물과 여러 시설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큰 유구들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궁금증을 차차 풀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부디, 국민의 공간으로 돌아온 청와대가 격조 있는 역사문화공원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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