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좋은 여행이란 '좋은 관계를 맺는 일'

박경일 기자 2022. 5. 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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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항의하는 독자의 이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독자가 문제 삼은 부분은 '삼척으로 여행을 권하는 마음이 좀 복잡하다'며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벌어진 일을 쓴 부분이었습니다.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던 때 구례의 한 기사식당에서 '대구에서 왔다'는 여행자에게 식당 주인이 밥 한 그릇을 더 퍼주며 위로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삼척시가 생각한 '우리'와 구례의 기사식당이 생각하는 '우리'는 이렇게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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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항의하는 독자의 이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산불 피해를 본 강원 삼척을 찾아가 돕고자 쓴 여행기사였는데, 삼척시민 입장에서는 내용이 좀 불편했던 모양이었습니다.

독자가 문제 삼은 부분은 ‘삼척으로 여행을 권하는 마음이 좀 복잡하다’며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벌어진 일을 쓴 부분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삼척시는 맹방의 유채꽃밭을 트랙터로 밀어버렸습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열을 올리다가 관광객이 위해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자 쫓아버린 것이지요. 꽃밭을 갈아엎기 전에 관광객에게 이해를 구하고 코로나19가 끝난 뒤를 기약할 수는 없었을까요. 아쉬움을 넘어 배신감마저 들었습니다. “삼척에 가면 ‘빈털터리가 되자 매정하게 돌아섰던 변심한 애인’을 떠올리게 된다”고 쓴 이유입니다.

이 대목을 읽은 독자의 항변입니다. “외지인들이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면, 거리 두기 현수막을 내걸고 줄을 쳐도 꽃밭을 비집고 들어와 사진을 찍어대는 통에 교통 정체까지 겪어야 했다면 (트랙터로 꽃밭을 밀어버린 것을) 야멸차게 쫓아버린 배신으로 봐야만 할까요.” 그러고는 ‘사회적 분위기와 정서를 이해하지 못했다’며 기자를 힐난했습니다.

그랬습니다. 그때는 다들 겁이 났지요. 어디 삼척 맹방 주민들만 그랬겠습니까. 그런데 맹방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곳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던 때 구례의 한 기사식당에서 ‘대구에서 왔다’는 여행자에게 식당 주인이 밥 한 그릇을 더 퍼주며 위로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두려움 때문이라면 내쫓아야 마땅한 일이었겠지요. 삼척시가 생각한 ‘우리’와 구례의 기사식당이 생각하는 ‘우리’는 이렇게 달랐습니다.

거리 두기가 끝나고 이제 관광명소도 빠른 속도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경험을 통해 배웁니다. 다시 어떤 사정이 생기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옳을까요. 좋은 여행이란 ‘좋은 관계를 맺는 일’이고, 그 관계는 신뢰에서 비롯됩니다. 여행자가 주민들을 믿지 않고, 주민들이 여행자를 의심한다면 좋은 여행이 가능하겠습니까. 지난 일은 위기 대응이 서툴러서 벌어진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서운한 마음은 남습니다. 의도가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마음을 상하게 하는 건 늘 의도가 아니라 행동이나 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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