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인부 숨지게 한 '벤츠 만취녀', 2심서 감형..징역 7년→3년6월

2022. 5. 1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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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상태로 벤츠 차량을 운전하다 공사장으로 돌진해 60대 인부를 숨지게 한 여성에게 2심 재판부가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데 또 음주운전한 점, 만취였던 점, 피해자 사망을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할 수 없는 점, 유족의 정신적 고통 등은 불리한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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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뚝섬역 인근서 '만취 벤츠녀 사건'
2심 30대 여성 운전자에 징역 3년6월 선고
당시 60대 인부 사망..상해 피해자 등 발생
검찰 1·2심서 12년 구형..2심 선고, 1심 절반
"2심에야 유족 측과 합의, 적용 법령 변화 고려"
음주운전 관련 그래픽.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만취 상태로 벤츠 차량을 운전하다 공사장으로 돌진해 60대 인부를 숨지게 한 여성에게 2심 재판부가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 형량에 비해 감형된 것이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부장 허일승)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권모(31)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열린 1심 선고형량인 징역 7년의 절반 수준이다.

권씨는 지난해 5월 24일 오전 2시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지하철 뚝섬역 인근 도로에서 지하철 방음벽을 철거 중이던 60대 인부 A씨를 벤츠 승용차로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심 재판부의 판결에는 권씨가 최근 유족 측과 합의에 이른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심 재판부는 “범행을 인정하고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점, 유족에 사죄하고 당심(2심)에 이르러 합의해 피해자 측에서 처벌 불원서를 제출한 점, 음주운전이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다소 달라진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에서는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면 가중처벌 하도록 한 옛 도로교통법, 일명 ‘윤창호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로 인해 권씨에 대한 적용 법조도 달라져 공소장도 변경됐다.

다만 2심 재판부는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데 또 음주운전한 점, 만취였던 점, 피해자 사망을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할 수 없는 점, 유족의 정신적 고통 등은 불리한 점”이라고 말했다. 2심 재판부에 따르면 권씨는 사망한 60대 인부 외 상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와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어 “권씨와 피해자 유족들을 생각하며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다”고 덧붙였다. 선고를 들은 권씨는 오열하며 연간 고개를 숙였다.

사고 당시 권씨는 시속 140㎞가 넘는 속도로 차를 몰았다. 사고 당시 권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을 훨씬 넘는 0.188%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권씨는 그 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400만원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심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있는데도 승용차를 운전하다 작업 중인 피해자를 사망하게 했다. 이 범행으로 누군가의 배우자이자 아버지인 A씨가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1심에서 징역 7년형이 선고됐으나 검찰은 “너무 가볍다”, 권씨는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양쪽 모두 항소했다.

2심에서도 검찰은 1심과 동일한 징역 12년을 구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3월 16일 2심 공판에서 권씨 변호인 측은 “‘벤츠녀’라고 불리며 부유한 것처럼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불우한 성장환경을 가진 취업준비생이었다”며 “원래 중고 차량을 타고 다니다 무시당하는 일이 있어 지인을 통해 시세 차익을 고려해 중고 외제차를 몰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2심 공판에서 권씨 측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피해자 유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려고 노력하면서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 측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자 자택에 편지 등을 보내며 합의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사건 발생 후인 지난해 6월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뚝섬역 새벽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일으킨 30대 만취 벤츠 운전자 피해자 유가족입니다’라는 청원을 올리며 권씨의 처벌을 촉구했었다. 재판 과정에서 줄곧 “저희는 합의 의사가 절대 없음을 말씀드린다”며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2심에 이르는 과정에서 유족 측에도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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