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갱신만료 도래 전셋집 1.5만 가구..빨간불 켜진 서울 전세시장
임차인 보증금 임대료 부담 폭증 우려
신규-갱신 계약 간 이중가격 차이 평균 1.5억원
"상생임대인제도 확대 적용 필요"
12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8~12월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계약을 갱신한 가구 수는 총 1만4284가구로 집계됐다. 갱신계약은 신규계약 대비 확정일자 신고 비율이 낮아 과소집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전세계약 갱신주택은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지난 정부는 2020년 8월부터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을 시행했다.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세입자에게 1회의 계약갱신을 보장해 현행 2년에서 4년(2+2)으로 계약 연장을 보장받도록 한 제도다. 전·월세 상한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차인들이 요구하면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해 2년 더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2020년 8월 임대차3법 도입 후 이뤄진 전세 계약들이 오는 8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의 상승분과 향후 예상될 상승분이 더해져 신규 전셋값 급등과 함께 세입자와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갱신계약이 만료되는 가구는 8월에만 2366가구다. 12월에는 3424가구로 더욱 늘어난다. 8~12월 갱신계약이 만료돼 전·월세 시장에 나오는 수요가 월평균 3000가구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당시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의 30%에 육박한다.
시장에 나올 전·월세 수요는 늘어나는데 비해 공급은 제자리다. 아파트 실거래가 빅데이터 아실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달부터 2만5000~2만6000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선 기간인 지난 3월 대비 20%가량 줄어든 규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갱신 계약의 경우 5% 이내에서 인상할 수밖에 없어서 평균적으로 갱신 거래의 가격이 신규 계약보다 크게 낮다"며 "이에 비해 신규 계약은 시세에 준해서 가격이 책정되고, 한 번 임대를 주면 갱신청구권을 사용했을 때 4년 동안 임대료를 크게 올릴 수 없기 때문에 미래 상승분까지 반영해 시세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 수석연구원은 이어 "8월 이후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계약들이 만료되면 이 중에 상당수는 새로운 전세 세입자로 편입된다"며 "올해도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 가운데 이들이 이사철 수요와 맞물리면 전셋값이 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세입자·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 서울시는 '전·월세 시장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 먼저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돼 신규 전세계약을 해야 하는 저소득 가구에 대출한도 최대 3억원에 대해 최대 연 3%대(본인 부담 최소금리 1% 이상)로 이자를 지원한다. 8월부터 2023년 7월 사이 갱신 계약이 만료되는 무주택 임차인을 대상으로 최장 2년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하며, 소득 구간별로 금리를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또 기존에 제공 중인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이자지원 대상을 8000가구에서 1만500가구로 30% 확대하고, 대출한도도 최대 2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한다.
정부도 임대차3법을 손본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임대차법은 시장혼선 최소화와 임차인 주거안정 등을 고려하여 제도 개선방안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도 "임대차3법은 폐지에 가까운 수준으로 근본적인 개선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을 고려할 때 큰 폭의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전세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이중가격 차이가 평균 1억5000만원에 달한다는 조사도 나왔다.
부동산R114가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된 작년 6월 1일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신고(5월 3일 기준)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18만3103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기간 내 전세 거래(월세 제외) 중 동일 주택형 간의 전세 계약이 1건이라도 있었던 1만6664건 가운데 갱신·신규 계약이 모두 확인된 경우는 6781건이었다.
이 중 신규 계약의 평균 보증금은 6억7321만원, 갱신계약의 보증금 평균은 5억1861만원으로 신규와 갱신 계약의 보증금 격차가 평균 1억5461만원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기간 전·월세 계약을 체결한 신규 계약자가 갱신 계약자보다 평균 1억5000만원 이상의 보증금을 더 부담한 것이다. 반대로 갱신권을 쓴 세입자는 신규로 전세를 얻은 사람보다 1억5000만원 낮은 금액에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었다.
이런 차이가 벌어진 것은 갱신 계약 때 5% 이상 가격을 올릴 수 없다고 규정한 '임대차3법'의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의 영향이다. 이번 조사에서 갱신계약(재계약)으로 신고된 건수는 4만9528건인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임대료 상승 폭이 5% 이내로 제한된 경우는 3만3731건으로 전체의 68.1%에 달했다.
일례로 성북구 길음동의 한 아파트 전용 84㎡에 전세로 거주하는 이모씨는 지난 2020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이전 계약 때보다 2000만원(4.4%) 오른 4억7000만원에 갱신 계약했다. 오는 8월 계약 만기를 앞둔 이씨는 2년 계약 연장을 희망하지만, 집주인은 시세 수준으로 전세 보증금을 올리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이 아파트 전세 시세는 6억~6억5000만원대다.
특히 2020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전셋값이 급등한 터라 2년 전 전세가격과 비교하면 임대료 부담은 훨씬 더 클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으로 올해 3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6억3294만2000원으로, 임대차 2법 시행 전인 2020년 7월 말 평균 4억6458만1000원 대비 36.2%(1억6836만1000원) 상승했다. 2년 전 3월의 전셋값(4억6070만원)과 비교하면 평균 37.6% 올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갱신계약을 했던 임차인들의 계약이 연내 만료돼 신규 계약 수준으로 전셋값을 올려줄 경우 차액 부담이 상당한 게 현실"이라면서 "올해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상생임대인' 제도를 폭넓게 확대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생임대인 제도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세대1주택자인 집주인이 5% 이내로 임대료를 올려 전월세 재계약을 맺으면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적용을 위한 실거주 요건 2년 중 1년을 인정해주는 인센티브 제도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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