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석 기자의 북레터>'적은' 독서보다 나쁜건 '가볍게' 읽는 것입니다

나윤석 기자 2022. 5. 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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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독일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책들이 나란히 도착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뜨인돌)와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마음산책)입니다.

"인생은 짧고 저 세상에 갔을 때 책을 몇 권이나 읽고 왔느냐고 묻지 않을 것이다. 무가치한 독서로 시간을 허비하는 건 미련하지 않은가."

헤세는 책을 '적게' 읽는 것보다 나쁜 건 '가볍게' 읽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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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독일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책들이 나란히 도착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뜨인돌)와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마음산책)입니다. 전자가 독서 에세이라면, 후자는 책과 자연에 대한 사유를 엮었습니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으로 유명한 헤세는 작가 이전에 근면한 독자이자 욕심 많은 장서가였습니다. 이들 책은 헤세가 책에 관한 한 얼마나 까다롭고 엄격한 ‘근본주의자’였는지 잘 보여줍니다.

여러분은 1년에 몇 권쯤 책을 읽으시나요. 아니, 몇 권을 읽어야 ‘다독가’라고 생각하시나요. ‘국민 평균 독서량이 점점 줄고 있다’는 정부 조사를 접할 때마다 궁금했습니다. 아마 헤세였다면 ‘큰일 났다!’고 걱정하기는커녕 ‘쓸데없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것 같습니다. 그는 양이 아닌 질이 중요하다는 ‘독서론’을 폅니다. ‘다독’(多讀)에 집착하지 말고 ‘남독’(濫讀)을 경계하라는 조언과 함께 말입니다. “인생은 짧고 저 세상에 갔을 때 책을 몇 권이나 읽고 왔느냐고 묻지 않을 것이다. 무가치한 독서로 시간을 허비하는 건 미련하지 않은가.”

헤세는 책을 ‘적게’ 읽는 것보다 나쁜 건 ‘가볍게’ 읽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에게 독서란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는 행위입니다. 산만한 정신으로 대충 훑는 건 눈 감고 아름다운 풍경을 거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지요. 알프스를 오르는 산악인처럼 ‘경건한’ 마음이 있다면, 10분의 1만 읽어도 10배는 더 행복하고 풍족해질 수 있다네요. “인세 수입이 줄지언정 심드렁한 독자 수천 명보다 단 열 명이라도 제대로 알아주는 독자가 더 고맙고 기쁘다”는, 진심인지 과장인지 모를 유머까지 곁들입니다.

그는 남독 대신 좋은 책을 여러 번 읽으라고 권합니다. 사람 관계가 그렇듯 애정을 기울여 몰두할수록 책과 독자 사이도 깊어지고 오래간다면서요. 오늘 북리뷰 지면도 치열한(?) 회의를 거쳐 고른 10여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모조리 독파하겠다는 욕심은 내려놓고 마음이 당기는 한두 권만 골라 정성껏 읽으시길. 헤세의 말처럼 책은 “고요히 음미하고 아낄 때 비로소 내면의 아름다움을 활짝 열어” 보여줍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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