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월 대형 정치행사' 코로나 확산 '방아쇠' 당긴 듯

최선영 2022. 5. 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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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결집 위한 군중행사가 확산 근원지..진단장비 부족 등으로 대응 역부족
북 "어제 하루 1만8천명 발열자 발생…6명 사망"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12일 하루 전국에서 1만8천여명의 발열자가 새로 발생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포함한 6명이 사망했다고 공개했다. 2022.5.13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변이인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확산한 출발점이 사실상 4월 대형 정치 이벤트였음이 확인됐다.

북한은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자신했지만, 체제 결속을 위해 무리하게 벌인 정치 행사가 결국 동시다발적인 확진자 확산에 방아쇠를 당긴 셈이 됐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의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문한 자리에서 "4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 확대돼 짧은 기간에 35만명의 유열자(발열자)가 나왔다"고 보고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열병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전파확산됐다"는 점을 "심각히 지적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지난 4월 평양에서 군중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대형 정치행사가 결국 코로나19 확진의 직접적 원인임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올해 4월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 김일성 110회 생일, 조선인민혁명군(항일빨치산) 창설 90주년이 겹치면서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래 역대 최대 인원이 동원해 무도회와 군중시위(퍼레이드), 열병식 등 축제행사를 벌였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월 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4월 행사를 역대 최고의 축제로 치르기 위한 '결정서'까지 채택한 이후 몇 달간 행사 준비에 올인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는 행사는 평양시민을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지방에 나가 있던 청년과 대학생들까지 모두 불러들였고, 열병식의 경우는 각지에 주둔하던 72개 군부대와 군사대학 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

사실상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만명이 한 장소에 밀집해 벌인 행사여서 그중 한 사람만 확진이 되어도 순식간에 감염이 확산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특히 북한이 대세종으로 밝힌 BA.2는 기존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30∼50%가량 센 것으로 알려졌을 뿐 아니라 진단검사에서 다른 변이체보다 검출하기가 훨씬 어려워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린다.

더욱이 지속적 경제난으로 북한 주민들의 영양상태가 안 좋은데다 백신을 맞은 주민도 없어 군중행사에 확진자가 있었다면 엄청난 속도로 확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북한, 김정은 '마스크 착용' 첫 공개 (서울=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1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열린 노동당 제8기 제8차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공개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회의 발언 때 마스크를 벗어 책상에 내려놨다. 김 위원장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5.12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북한은 2020년 1월 말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를 막고자 학교 수업을 중단하거나 정치 행사를 거의 열지 않는 등 초기에는 강력한 봉쇄 격리 일변도 정책을 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고 해외 각국에서 감염자가 줄어들어 거리두기 완화조치가 이어지자 작년 하반기부터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다양한 행사를 수시로 열었다. 코로나19로 민생과 민심이 악화하는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지난해에만 7월 인민군 제1차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와 제7차 전국노병대회, 10월 당 창건 76돌 기념 강연회와 국방발전전람회, 12월 인민군 제8차 군사교육일군대회에 이어 올해에도 평양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 건설 착공식과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 제1차 당 선전부문일군 강습회 등을 개최했고 그 절정은 4월 열병식이었다.

결국 김 위원장이 직접 승인하고 참석하며 키운 각종 정치행사가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 된 셈이다.

문제는 열악한 의료 인프라와 진단장비 등의 부족으로 감염자가 발생해도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서 광범위한 확산은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4월 말부터 알 수 없는 열병이 전파됐다"는 것은 코로나 확진자가 이때부터 급격히 늘어났지만 확진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이 4월 25일 열병식 이후 닷새 뒤인 4월 30일 열병식 '바닥대열'에 동원됐던 청년들을 모두 불러 모아 기념사진을 찍자고 지시했고 노동절인 지난 1일 지방에 나가 있던 청년들을 긴급 수송하면서 결국 수만 명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한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통신이 "지난 12일 하루동안에만 1만 8천여명의 발열자가 발생했다"고만 했을 뿐 확진 여부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도 확진자를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할 정도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최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봉쇄 일변도 외에는 열악한 보건환경으로 해결책이 쉽지 않아 보인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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