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현장 사고, 시공사만의 문제인가

홍성완 기자 2022. 5. 13. 10: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내 중대재해 올해 3번째..지난해 총 발생건수 넘어서
양중 작업에 굴착기 사용은 CJ대한통운의 명백한 책임
현장 안전사고 발주처와 시공사만의 책임으로 볼 수 없어
지역업체들, 안전규정 위반시 엄중한 패널티 부과해야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최근 제주시 '외도이동 관광호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시에서는 올해에만 벌써 3번째 사망사고다. 지난해 2번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사고발생 건수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와 관련 '양중 작업에 굴착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시공사인 CJ대한통운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장의 안전사고가 발주처와 시공사만의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제주도를 비롯한 지역 현장들의 경우, 지역 담합뿐만 아니라 관계 기관과의 유착 등 통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은 해당기사와 관련 없음) 건설업계에서는 양중 작업시 크레인 장비를 사용하는 게 정상적인 방법이다. ⓒ홍성완 기자

◆ 제주도내 중대재해 올해 벌써 3번째

지난 10일 CJ대한통운 건설부문이 시공하는 제주시 외도이동 관광호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제주시에서만 3번째 중대재해다.

올해 1월7일 제주시 애월읍에서는 터파기 작업 중 거푸집을 설치하던 근로자가 무너진 굴착면 토사에 깔려 1명이 사망하고 1명은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2월23일에는 제주시 아라일동에 위치한 제주대학교 기숙사 1호관 굴뚝 구조물 철거 현장에서 굴착기 운전사가 매몰 사고로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2월과 8월에 제주도 서귀포시의 호텔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1건, 제주 한림읍 외벽 방수작업 중 일어난 추락사고 1건 등 총 2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번 외도이동 현장 사고의 경우, 암석을 깎아내는 작업 전 소음과 비산 방지를 위해 설치했던 가로 2.45m, 세로 3.8m에 이르는 크기의 방음벽이 넘어지자 다시 세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굴착기는 명확하게 땅을 파는 중장비에 속한다. 양중 장비가 아니다"며 "판넬형 방음벽의 경우 크기와 무게가 꽤 나가기 때문에 크레인 장비를 사용하는 게 정상적인 작업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굴착기의 후크(버킷에 달린 갈고리)로 방음벽을 끌어당기면서 이동시키는 건 위험성이 크다"며 "당시 사고 정황상 후크해지장치(후크 안전핀)나 안전하카장치(안전고리)를 사용하지 않았을 확률도 높다"고 추론했다.

무거운 자재를 옮기면서 양중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시공사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현장의 경우, 시공사의 책임만 몰아가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 막무가내 지역업체들, 통제 어렵다

지역 현장의 한 관계자는 "제주도의 경우 제주도 사투리를 쓰면 안되는 것도 통과시켜준다는 말이 있다"며 "지역 유착이 심한 경우가 많아 통제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 번은 처음 준공에 들어갈 때 해당 지역 업체 사람들이 와서는 '우리 업체 써라. 우리는 이 지역 청년회 소속'이라며 거의 반 협박 식으로 명함을 줬던 기억이 있다"면서 "그래서 그 업체를 쓰면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아 그 부분을 지적하면 '너무 깐깐해서 일하기 힘들다'면서 작업 철수를 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럴 경우 오히려 현장 관리자들이 (지역 업체들에) 찾아가 빌어야 한다"며 "소위 역으로 '갑질'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이런 '역갑질'을 하는 경우가 심한 편"이라고 밝혔다.

중부지역 현장에 근무하는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역 중장비, 특히 살수차의 경우 지역 업체에서 거의 반 협박 식으로 쓰게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안전 사항에 대해서는 잘 안 지키는 경우가 많아 골치 아픈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역업체들이 막무가내인 경우가 많은데, 개선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심해진다는 생각이 든다"며 "규제에 대해 설명하면 '나는 그런 거 모른다'고 자기들 마음대로 작업을 진행한다. 그러면 시공사 관리자들이 사정하거나 모른 척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제주지역 관계기관은 이번 CJ대한통운 현장 사고 이후 도내 전 현장에 "120억 이상 현장에 대한 전수조사 및 감독을 시행할 예정"이라면서 "구시대적인 지연, 학연, 인연 등을 철저히 배제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집행에 나설 것"이라고 전달했다.

영남 지역 현장에 있는 관계자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지역업체에 가산점을 주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를 악용하는 게 문제"라며 "발주처와 시공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은 큰데, 반대로 권한은 너무 축소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찰할 때 조건이 있는데 (지역 업체들이) 가능하다고 해놓고 막상 낙찰이 되어 공사를 시작하면 그 조건에 맞출 수 없다고 한다"며 "예를 들어 안전관리자 인력이 필수인데 '자기들은 안전관리자가 없어도 된다'면서 '인력도 구해지지 않는다'고 알아서 하란 식으로 나온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약서에 분명 규정과 조건이 명시되어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면 '난 모르겠다. 그럼 공사 못한다'고 반대로 엄포를 놓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막상 문제가 생기면 발주처와 시공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또 "이것 말고도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시방서에 분명히 시험실을 갖추도록 명시되어 있는데, 막상 낙찰되고 공사가 시작되면 '우리는 그런 걸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며 "계약서 작성할 때 분명히 내용에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면 '그럼 자기들은 공사 못하겠다'고 해 버린다"고 토로했다.

보통 이럴 경우 '계약을 파기하면 되지 않나'라고 반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그럼 파기하고 다시 입찰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 기간만큼 공사기간이 늘어나는데 책임은 시공사가 온전히 져야 한다"면서 "그러다보니 계약을 함부로 파기할 수 없고,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지역업체들이 이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약 이행을 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해당 업체들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며 "표준화된 서류를 정부에서 만들어 계약 파기 책임 여부를 확실히 가릴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해당 업체에 확실한 패널티가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 관계자는 "중대재해와 관련해 발주처와 시공사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분명히 맞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해당 지역의 하청업체나 개인들도 과실이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