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 갖고 망하면, 명성은 남는다" [사장의 맛]
식당업계 선호한다 호평 받았지만 수지타산은 글쎄
자기 고집을 시장에 던지려면 끈기와 자본력 있어야
갓 지은 쌀로 밥을 지어 푸짐한 반찬과 함께 1만원에 판다, 눈 앞에 보이는 신선한 재료로 내 아이가 먹는 이유식을 바로 만들어준다, 엄마와 똑같은 방식으로 김치를 담가서 배달해준다... ‘수요미식회’에서 조분조분한 말투로 음식 이야기를 해줬던 TV 유명인 홍신애 셰프. 사업가로서 그는 유행을 선도하는 사업을 많이 했습니다. 시대를 앞서 언론이나 음식평론가들이 선호했지만, 크게 돈을 벌지도 못했습니다. 매우 부드러운 사람처럼 보이는데, 요리사로서 고집이 상당해 보입니다. 여러번 망하고도 웃는 그를 보면 사장이란, 자기 신념을 시장에 파는 사람이란 느낌이 듭니다.
1. 로컬 재료를 믿는다, 하지만 손님은...
“요리를 해서 원재료의 맛을 바꿔 먹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해요.”
홍신애 사장은 요리사가 최고의 직업이라고 합니다.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인데, 그걸로 남을 기쁘게 해주고, 돈도 벌면 정말 최고죠.” 집안 분위기 덕이 큰 것 같습니다. 조부는 평안도에서 월남한 목사였는데, 집안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늘 그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고 합니다.
좋은 셰프가 되기 위해 그는 농가를 찾아 다닙니다. 화순 파프리카, 함양 파, 양평 나물, 제주 표고, 청주 얼룩돼지, 부산 달고기...문제는 이렇게 식재료를 사서 쓰면 원가가 엄청 올라간다는 겁니다. 레스토랑 솔트에서 파는 파스타는 2만5000~3만원입니다. 네, 비쌉니다. 홍 사장은 “월등히 좋은 재료를 알아봐주는 고객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하루 손님이 두 명인 적도 부지기수였다고 합니다. 사장의 고집 좋습니다. 단, 오랜 기간을 버틸만한 자본력, 뱃심, 인내심은 필수입니다.
2. 나는 식당 업계의 스타트업
그의 ‘식당 실패기’를 들여다보다 놀란 점은 그가 꽤 혁신적이었다는 점입니다. “식당 밥이 건조하고 맛 없어서” 그는 2013년대 ‘갓 도정한 쌀로 지은 밥’을 내놓는 식당을 만들었습니다. 비록 그의 식당은 문을 닫았지만, 이후 많은 식당이 밥을 주력 상품화하거나, 즉석밥 광고에도 ‘갓 도정’이라는 점이 부각됩니다. 내용물을 잘게 다져 만드는 이유식을 팔면서 쌀, 야채, 고기, 해산물 같은 원재료를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시도도 새로웠습니다. 화려하지 않은 음식인데도 ‘솔트’ 단골을 자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믿을만한 재료를 쓴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합니다.
홍신애 사장은 “제 것을 대기업이 베껴서 상용화시키면, 그걸 통해 우리 식문화가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단한 자부심입니다. 그는 “어쩌면 제가 식당계의 스타트업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홍 사장은 “우리 식당에서 밥 보온해 두는 온장고가 사라진 데는 제 공도 좀 큰 것 같다”고 말합니다. 홍 사장이 여전히 여러 기업으로부터 ‘레시피’ 의뢰를 받고, 협업을 하는 것을 보면 ‘스타트업’ 창업가로서의 위치를 인정받는 듯 합니다.
3. 동업하기 전에 물어라 “정말 사랑하니”
‘쌀가게 바이 홍신애’는 ‘밥’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했습니다. 문전성시를 이뤘던 ‘홍신애 쌀가게’가 문을 닫은 건, 동업이 깨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동업자와 어떤 점을 개선할 건가”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계약서를 확실하게 쓰고 각자 업무를 하면 그런 불안은 없다, 이게 정석일 것 같잖아요? 아닌 것 같아요. 동업은요, 서로를 정말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없잖아요. 그런 지점까지 가야 동업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동업을 안해요. 대신 직원을 사랑하려고 노력해요.”
동업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홍신애에게 동업이란 ‘정말로 사랑해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대신 그는 지금 직원들에게 정성을 쏟는다고 합니다. 재교육을 위해 함께 여행을 가거나, 상금을 걸고 레시피 경연도 합니다. “저만 먹고 다니면 미안하잖아요. 무엇보다 요리하는 사람이 좋은 걸 먹어야 음식 수준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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