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규제완화, 갈팡질팡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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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는 '갈팡질팡'이다.
당시 한 부동산 전공 교수는 "시장이 부동산 정책에 반응하는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상황인데, 정부가 어설프게 정책을 발표하는 건 있어서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갈피를 못잡는 사이 시장 혼란은 가중됐다.
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갈피를 못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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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는 ‘갈팡질팡’이다. 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주택공급 확대로 전환하고, 다주택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임대등록제도를 도입했다가 폐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같은 문 정부의 부동산 실책을 등에 업고 당선됐다. 그런데 초반부터 부동산 정책을 대하는 태도가 다소 불안하다. 아직 문재인 정부의 갈팡질팡 수준은 아니지만, 방향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약속했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지 헤매는 예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달 돌연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약 번복’ 논란이 불거지자 인수위는 다시 “당선인의 공약은 계획대로 진행 중으로, 조속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당시 한 부동산 전공 교수는 “시장이 부동산 정책에 반응하는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상황인데, 정부가 어설프게 정책을 발표하는 건 있어서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관계부처 장관 후보자들이 인상청문회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낸 것이 좋은 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앞둔 1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새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관련 공약은 정상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집값 자극이 없도록 시장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 신중하고 정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갈피를 못잡는 사이 시장 혼란은 가중됐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에는 직전 거래보다 수천만원 정도 하락한 매물이 다수 올라왔다. 재건축 기대감이 꺾이고, 양도세 완화 정책이 맞물린 영향이다. 현재는 재건축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자 아파트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도 늘어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윤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늦추겠다는 것인지, 서두르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를 두고도 추 후보자는 “기존 DSR 규제의 골격을 유지하겠다”, 원 후보자는 “DSR이 청년에게 좀 불리하다. 내집 마련 기회의 격차를 완화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주택담보비율(LTV)도 대폭 완화하겠다던 공약과 달리 일단 ‘생애최초 주택구입’ 가구만 80%까지 인정해준다는 방침이다.
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갈피를 못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선 공약대로 규제를 완화하자니 집값 상승이 우려되고, 규제 완화 속도를 낮추자니 ‘공약 번복’ 논란으로 다음 달 지방선거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재인 정부처럼 눈치보기와 표심을 잡는 데 급급해 정책이 일관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문 정부는 시장 눈치를 보며 부동산 정책을 수정하다가 부동산 대책만 28번이나 발표했다.
국민들이 윤 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이전 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당장 여러 부동산 규제를 한번에 완화하라는 말이 아니다. 공약 이행의 시기를 늦출 수도 있다. 다만, 국민들이 어떤 식으로 부동산 정책이 실행될지 예견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로드맵과 함께 정책 방향을 신속히 제시해야 한다. 덧붙이자면 정책이 일부 수정되더라도 큰 틀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는 절대로 변하면 안 된다. 윤 정부에서는 부동산 대책이 28번이나 발표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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