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프로파일러·법학교수..동물범죄 막기 위해 모였다

김지숙 2022. 5. 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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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카라, 전문가 7인 참여한 '동물범죄 전문위원회' 발족
"동물범죄 왜 사회적 손실인지, 연구·정책 통해 입증할 것"
동물권행동 카라가 12일 서울 서교동 더불어숨센터에서 ‘카라 동물범죄 전문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전문가 7명을 전문위원으로 위촉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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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다양하고 잔혹해지는 동물학대 범죄를 연구하고 예방하기 위해 전문가 7인이 모였다. 동물범죄 해결과 대응을 위해 현직 프로파일러, 법학·경찰학·수의학 교수, 변호사, 동물행동 전문가 등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직을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12일 서울 서교동 더불어숨센터에서 ‘카라 동물범죄 전문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전문가 7명을 전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위촉된 위원들은 범죄학 전문가 박미랑 교수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서울경찰청 이상경 프로파일러, 법무법인 하신 안나현 변호사(전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이사), 주현경 교수(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가 범죄와 법률 분야 전문가로, 생명다양성재단 김산하 사무국장과 서울대 수의과대학 황철용·우희종 교수가 동물행동·수의과학 및 동물권 정책 전문가로 참여했다.

동물범죄 전문위원 왜 필요한가

위원들은 2년 간의 임기 동안 정기적인 회의와 모임을 통해 동물범죄 사건 현안 대응과 국내외 동물범죄 사례 연구 등 제도 개선안 마련, 동물범죄 예방을 위한 대중 캠페인 등을 벌일 예정이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동물학대는 익명 게시판·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집단적이고 음성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2021년 1월 카카오톡 오픈채팅 ‘고어전문방’ 사건 을 비롯해 올초 큰 논란이 됐던 디시인사이드 ‘고양이 학대 방화사건’, 제2의 고어전문방 등장까지 지 잔혹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또한 최근 고양이를 토막살해 하고 엽기적인 방식으로 학대했던 포항 폐양어장 학대범, 고양이 최소 50여 마리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동탄 길고양이 학대범 등도 이러한 커뮤니티·채팅방의 사용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라 전진경 대표가 12일 서울 서교동 더불어숨센터에서 열린 ‘카라 동물범죄 전문위원’ 위촉식에서 전문위원회 구성과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a href=\"mailto:suoop@hani.co.kr\"suoop@hani.co.kr/a

카라는 “최근 온라인 동물학대 범죄의 경우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피의자를 특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동물학대에 미성년자도 가담하고 있어 생명윤리를 해치고, 모방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카라와 전문위원들은 이러한 동물범죄의 특성에 주목해 실효성 있고 근본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위촉식에 참가한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금도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분노, 엄벌의 필요성 등의 여론은 충분히 형성돼 있다. 다만 이러한 감정과 당위성만으로는 충분히 설득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위원회는 이런 동물학대 범죄 문제가 얼마나 큰 사회적 손실인지, 미래를 위협하는 일인지 연구와 정책개발 등을 통해 증거로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번 위원회 활동을 수사기관, 지자체, 법률 기관에 동물 범죄의 위중함을 알리고 정책의 근거를 제시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덧붙였다.

“동물 범죄의 해악, 연구·증명할 것”

박 교수는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동물학대 범죄 예방과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범죄자의 엄벌뿐 아니라 사회 정치적, 제도적, 의학적 접근을 통한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당시 “경찰의 적극적 수사를 위해서는 단순한 수사기법 개발뿐 아니라 범죄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동물학대도 중요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라는 수의학, 동물행동학, 범죄, 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7인이 ‘동물범죄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동물학대 예방과 근절을 위한 연구, 정책방안을 모색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숙 기자

동물학대 피해자인 동물에 대한 과학적 접근도 논의될 예정이다. 그동안 동물학대 수사는 경찰이 학대 정황이 담긴 사진·영상을 보더라도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이 사체를 증거로 수집하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위원회가 동물이 학대를 통해 느꼈을 신체적, 정서적 고통을 수의학적으로 자문하고 수의법의학자 양성의 필요성도 알린다는 것이다.

카라 전진경 대표는 “최근 영국에서 문어와 게를 지각있는 존재로 인정하고 동물복지법의 대상으로 포함시킨 데에는 동물의 고통을 증명한 영국 동물지각위원회(Animal Sentience Commitee)의 역할이 주요했다. 동물범죄 전문위원회도 동물 피해를 임상학적으로 설명하고 증거로 제시함으로써 학대의 잔혹성을 알리고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일 서울 서교동 더불어숨센터에서 열린 ‘카라 동물범죄 전문위원회’ 발족식에서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왼쪽 네번째), 황철용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왼쪽 다섯번째)가 카라 활동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황철용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최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수의법의학센터 건립을 밝힐 정도로 동물 부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만 이 분야는 전세계적으로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서는 이미 동물부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만큼, 앞으로 전문가 양성이나 학문적 정립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활동은 ‘포항 사건’ 분석

카라와 위원회는 이번 전문위원회 활동으로 실질적 변화와 해결을 이끌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전진경 대표는 “디시인사이드 고양이 학대 방화 사건은 방송사와 시민들이 법영상 분석, 증거물 수집 등에 자발적으로 나서 경찰에 증거들을 제시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학대 용의자조차 특정이 안되고 있다. 반복되는 수사력 부재에 시민들은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며 “전문위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사건 대응과 제도 개선으로 시민들에게 희망이 되어주시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위원회의 첫 대응 사건으로 ‘포항 폐양어장 고양이 토막살해’에 대한 분석과 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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