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훤 부사장 "작지만 엣지있는 게임, 넥슨 이름 뗀 민트로켓 만든 이유"
"새롭고 개성 있는 게임 제작하는 넥슨 DNA 살린다"
“넥슨은 개성 있고 잘나 보이는 것을 하려는 기질이 있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DNA가 점점 약화했죠. 개발자들이 그런 시도를 계속할 수 있도록 ‘민트로켓’을 만들었습니다.”
넥슨이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을 공개했다. 개발자들이 ‘넥슨’이라는 이름의 부담을 덜고 자유롭게 만들고 싶은 게임 제작에 도전할 수 있게 마련한 장치다. 소규모 인원이 빠르게 핵심 게임성만 구현해 시장에 선보이고 이용자들의 판단을 받을 수 있게 운영한다. 첫 작품으로 PC 및 콘솔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해양 어드벤처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를 공개한다.
김대훤 넥슨코리아 신규개발본부 총괄부사장은 지난 11일 판교사옥에서 가진 공동 인터뷰를 통해 “항상 게임을 만들다 보면 ‘넥슨 이름으로 낼 수 있나’ 질문을 하게 되고 무엇인가를 더하고 붙이면서 게임의 코어(핵심)는 약해지고 시기가 늦고 엣지가 부족해진다”라며 “코어만 만들 인력으로 적절한 시간을 투자하고 검증도 이용자 시각에서 할 수 있게 ‘리틀’로 나가려면 ‘민트로켓’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민트로켓’은 지난 2019년 말 구성된 신규개발본부의 전략인 ‘빅&리틀’의 연장선이다. ‘빅’은 시장을 선도할 대규모 프로젝트, ‘리틀’은 창의성에 무게 중심을 둔 참신한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민트로켓’은 이중 ‘리틀’ 프로젝트를 위한 서브 브랜드다. 지난해 8월 개최한 신작 발표회에서 밝힌 ‘프로젝트 얼리스테이지’다. 당시 넥슨은 “‘프로젝트 얼리스테이지’는 기존의 경험과 관습,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색다른 시도를 소규모로 민첩하게 진행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사내 공모전을 통해 결정된 ‘민트로켓’이라는 명칭도 상큼한 느낌을 주면서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에 자주 사용되는 ‘민트’와 도전적인 이미지의 ‘로켓’이라는 단어를 더해 완성했다.
넥슨이 별도의 서브 브랜드까지 내세우면서 ‘리틀’ 프로젝트를 장려하는 것은 새롭고 개성 있는 게임을 제작하는 넥슨 특유의 DNA를 살리기 위함이다. 조직이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새롭고 과감한 시도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설명.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해도 내부 반대에 부딪히거나 넥슨이라는 이름 탓에 핵심을 잊는 상황도 발생했다.
김 부사장은 “혁신적인 시도일수록 다르고 다르다는 것은 사람들이 평가하기가 어렵다”라며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비틀어 플러스해 만드는 것은 많은 사람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지만 정말 유치하고 이색적인 것을 한다면 내부에서 이해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런 사람과 프로젝트는 항상 외로워지고 그렇기에 끌고 가기가 어려웠다”라며 “그래서 프로덕트보다는 사람을 믿고 적절한 시간과 리소스를 제공하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민트로켓’은 소규모, 속도, 자유, 소통을 중시한다. 디렉터를 포함해 20명 이하의 소규모 인원으로 경영진과는 기본적인 방향성만 합의해 자유롭게 개발한다. 빠르게 핵심 게임성만 구현해 이용자와 밀접하게 소통하며 게임을 검증하고 만들어간다. ‘넥슨’이라는 이름을 덜어낸 탓에 거창한 꾸미기도 없고 실패에 대한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마치 인디게임 개발사처럼 이용자와 함께 호흡할 수도 있다. 경영진에게 보여주기 위한 서류나 영상, 테스트 빌드 등을 만들 필요도 없고 당연히 유료화 방식(BM)에서도 자유롭다. ‘개성’과 ‘재미’가 있는가만이 중요하다.
김 부사장은 “게임의 방향성과 대략적인 형태만 합의하고 개발자들이 힘들어하는 보여주기식의 작업은 전혀 없다”라며 “개발 과정이 궁금해도 우리 역시 FGT 같은 것을 준비할 때 함께 참여하지 별도로 빌드를 달라거나 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BM도 정말 신경 쓰지 않고 재미있게만 만들어달라고 한다”라며 “이는 신규개발조직만의 시도가 아니라 넥슨 경영진 차원에서도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시도가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 고민하며 신경쓰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민트로켓’을 통해 게임을 제작하는 개발자들의 이동도 비교적 자유롭다. ‘민트로켓’ 아래에서 ‘리틀’ 프로젝트를 시도하다가도 ‘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면 기회를 열어준다. 반대도 가능하다. 물론 갑작스러운 인사이동이 아닌 일정한 조정이 이뤄진다.
김 부사장은 “자유라는 것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고 이에 힘든 부분들도 많다”라며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갑자기 빠지면 위험부담이 있기에 조정은 하지만 회사에 사람이 중요한 만큼 조직과 ‘윈윈’할 수 있도록 회사 내 블록버스터 프로젝트를 하겠다는 분들에게는 기회를 열어드린다”라고 소개했다.
자유로운 개발을 추구하나 일정한 방향성도 존재한다. 글로벌과 신규 지식재산권(IP)이다. 한국 시장을 의식하지 않고 재미있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만들자는 기조다. ‘한국에서 통할 만한 것’, ‘한국적인 것’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지 않는다. 순수한 ‘재미’에만 집중하기 위함이다. 신규 IP를 지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넥슨이 보유한 빅 IP를 가지고는 새로운 시도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창의성을 유지하기보다는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민트로켓’은 가급적 신규 IP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기조다 IP 관리 차원이 아니라 빅 IP를 가지고 작업하는 것이 창의성을 유지하는 것인가라는 점에서 가능하면 하지 말라고 권유한다. IP 보다는 새로운 게임성 발굴에 더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글로벌을 따지지 않으려고 한다. 재미에만 집중하면 어디에서나 통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민트로켓’ 브랜드로 준비 중인 게임은 곧 공개 예정인 ‘데이브 더 다이버’와 탑뷰 기반의 팀 대전 액션 게임 ‘프로젝트 TB’다. 이외 프로토타이핑 단계의 게임 1종, 제안서 정도를 검토 중인 게임이 2~3종 정도 존재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낮에는 블루홀을 탐험하며 물고기와 재료를 모으고 밤에는 스시집을 운영해 자금을 확보하는 내용의 게임이고 ‘프로젝트 TB’는 매우 빠른 속도의 이용자 조작 능력을 극도로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김 부사장은 “‘민트로켓’이 넥슨이어서 기대가 된다는 이야기에 큰 역할을 하길 바란다. 그동안 개성 있는 시도를 다양하게 뭔가라도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꾸준히 지속되는 모습, 좀 더 과감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냥하는 것이 아니라 큰 기대를 가지는 부분이 있다. 인정 받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밝혔다.
[임영택 게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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