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훤 부사장 "민트로켓, 재미에 집중..BM 전혀 고려 안해"
넥슨이 5월 신규 게임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MINTROCKET)'을 론칭했다. 기존 개발 문법에서 벗어나 재미의 본질에 집중하고, 색다른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국내 게임업계 최초의 시도다. 넥슨은 민트로켓을 통해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와 새로운 IP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김대훤 넥슨 신규개발본부 총괄부사장은 11일 기자들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처음 한 판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며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오래 즐길 수 있는 메타 플레이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개발 방식이지만, 민트로켓에서는 일단 재미있게 만드는 게 우선이다. 게임을 오래 끌고갈 수 있을지는 차차 생각하려고 한다. BM(비즈니스모델) 또한 정말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민트로켓은 넥슨 신규개발본부의 개발 모토인 '빅앤리틀(Big&little)'에서 '리틀'에 해당한다. 넥슨은 대규모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는 '빅' 프로젝트들과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리틀'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내부에서 세운 빅앤리틀의 가이드라인은 200대 20"이라며 "빅 프로젝트에는 200명이 투입되는 반면, 민트로켓의 프로젝트들에는 20명 안팎의 인원이 배정된다. 프로세스도 제각각이고, PM(프로젝트 매니저)들이 체계적으로 지원해주지도 않는다. 개개인의 임무가 과중할 수 있지만 프로젝트에 대한 완벽한 자율권을 지원한다. 그렇게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내부에 있었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넥슨이 사업성을 배제하고 창의적인 소규모 게임을 내놓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넥슨은 한국 게임산업에서 다양성과 새로움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그동안 넥슨은 네오플의 소규모 개발조직을 통해 창의적인 모바일게임 '애프터 디 엔드', '이블팩토리' 등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넥슨의 참신한 개발 DNA가 민트로켓으로 이어졌다.
김 부사장은 "넥슨에 근무하면서 넥슨의 여러가지 시도들을 지켜봐왔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적힌 리스트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그 리스트를 보면 안타깝고 아쉬운 사례가 많다"며 "넥슨의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새롭고 과감한 시도가 점점 어려워졌고, 시도가 되더라도 끝까지 진행되지 못했다. 기존에 잘 됐던 것들을 약간 비틀어 더 잘 만드는 쪽이 더 많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많은 토론 끝에 혁신적 시도를 담을 수 있는 별도의 그릇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바로 민트로켓"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프터 디 엔드나 이블 팩토리를 내놓았을 때와 근본적으로 비슷하다"면서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리소스의 차이다. 그 당시는 개성있는 시도를 아예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적은 리소스를 할당했고, 내부에서도 전략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반대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의 명확한 방향이 있고, 창의성을 충분히 발휘할 만큼의 리소스가 할당된다"고 말했다.
대형 게임사와 창의적인 게임은 얼핏 보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대형 자본에서 자유로운 게임은 인디게임사들이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김 부사장은 오히려 넥슨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리소스가 적으면 오히려 보수적으로 가게 된다. 현재 인디씬에서도 현실과 타협해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넥슨이라면 그럴(타협할) 필요가 없다. 분명히 실패가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계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장려할 생각이다. 실패했던 개발자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 혹여 아이디어 고갈을 호소한다면 빅 프로젝트 쪽으로 보내드릴 수도 있다. 조직과 개인이 윈윈하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민트로켓을 통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게임은 하이브리드 해양 어드벤처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다. 넥슨이 2017년 처음 발표하고 시연 버전까지 공개했지만 끝내 정식 출시까지 도달하지 못했던 '데이브'를 계승하는 게임이다. PC(스팀)와 콘솔로 전세계에 출시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데이브 더 다이버 외에 프로토타입 단계의 프로젝트가 하나 더 있다"며 "또 얼리 프로토타입도 두어 개 개발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PC와 콘솔로 출시될 예정이다. 꼭 모바일 플랫폼이어야 할 이유가 있거나, 최대한 많은 유저들에게 캐주얼하게 선보이겠다는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PC와 콘솔로 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트로켓의 프로젝트에서는 개발 조직 안에 사업팀이 세팅된다. 개발팀과 사업팀이 별개로 움직이며 때로는 의견 충돌도 일으키는 일반적인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를 통해 넥슨은 개발팀과 사업팀이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사장은 "개발팀과 사업팀이 붙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며 "개발자들과 유저들의 격의 없는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질 것이다. 인디게임의 강점인 유저친화적 운영이 넥슨같이 큰 회사에서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민트로켓이 유저들 사이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길 바란다"며 "넥슨의 다양한 시도가 꾸준히 지속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냥 해보는 게 아니라, 정말 제대로 하고 싶다. 민트로켓이 넥슨의 아이덴티티에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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