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대한외국인'의 등장, '콩고 왕자' 조나단[★인명대사전]

하경헌 기자 2022. 5.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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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콩코 민주공화국 출신의 방송인 조나단. 사진 샌드박스네트워크


우리나라 방송에서 외국인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1980년대부터 명절 장기자랑 프로그램에 약방의 감초처럼 외국인들이 등장했다. 이들이 주는 재미의 포인트는 큰 키에 헐렁하게 입은 한복에 누가 들어도 어색한 한국말, 하지만 열정 하나만큼은 빼어난 모습이었다. 이러한 흐름이 단번에 바뀐 것은 2006년, KBS2에서 ‘미녀들의 수다’가 시작한 순간이다.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의 놀라운 점은 출연 외국인 모두가 한국어 실력이 빼어났다는 점이다. 기존 외국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유창한 한국말과 한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신선했다. 그렇게 외국인이지만 전업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조나단 토나 욤비, 2000년 밀레니엄 태생의 이 남자가 등장한 것이 그 즈음이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지만 ‘콩고 왕자’로 불리는 조나단의 원래 국적은 ‘콩고’가 아닌 ‘콩고 민주공화국’이다. 콩고는 콩고 공화국의 준말로 콩고 민주공화국과는 별개의 국가다. 이렇게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온 한 청년이 지금 우리 예능계를 서서히 헤집고 있다.

콩코 민주공화국 출신의 방송인 조나단. 사진 샌드박스네트워크


그는 현재 66만 구독자의 유튜버이기도 하면서 tvN 스토리 ‘벌거벗은 한국사’, tvN ‘70억의 선택’, JTBC ‘외나무식탁’, KBS2 ‘갓파더’ 등의 고정 출연자다. 2013년 KBS1 ‘인간극장’을 통해 학창시절 모습을 선보인데 이어 2019년 MBC ‘라디오스타’를 통해 유명세를 탔고, 올해만 해도 ‘복면가왕’ ‘진격의 할매’ ‘국민 영수증’ ‘옥탑방의 문제아들’ ‘놀면 뭐하니?’ ‘유퀴즈 온 더 블럭’ ‘안싸우면 다행이야’ 등 그야말로 안 나오는 곳이 없다.

조나단의 매력은 그가 콩고 출신의 아프리카 태생이라서가 아니다. ‘외국인 치고 재밌다’ ‘외국인 치고 한국말을 잘한다’는 수준을 조나단은 이미 넘어섰다. 2008년 입국해 초등학교부터 한국에서 다닌 그의 말 뿐 아니라 사고방식이나 가치관까지, 그는 이미 한국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나단을 보고 놀라는 포인트는 그의 말보다는 그의 생각이나 정서 등 놀랍도록 한국인과 유사한 그의 내면에 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외국인 치고’가 아니라 그냥 재미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에서는 외국인의 입장에 바라보는 ‘제3자 시점’의 콘텐츠가 아닌 지금 당장의 하루 일과를 사는 평범한 한국인의 모습이 담겨있다. 조나단이 방송에서 여동생 파트리샤와 주고받는 장난은 우리네 보통 남매의 그것과 다르지 않고, 조나단이 웃고 떠드는 말들의 주제 역시 딱 같은 또래가 공감하고 이해하는 그대로다.

조나단의 tvN 예능 ‘70억의 선택’ 출연 장면. 사진 tvN


그래서 조나단은 외국 출신 방송인이 보여주는 모습의 양상을 한 차원 바꿔놨다. 아프리카 출신의 그를 우리가 받아들이는 수준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있었던 그를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수순이 된 것이다. 조나단은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귀화를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신청했다. 군입대를 걱정하고 취업을 걱정하는 등 딱 그 또래의 고민 역시 이어간다.

조나단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이제 단순히 한 외국 출신 방송인이 인기를 얻는다는 측면을 넘어서 다문화, 다인종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함께 살아나갈 것인가의 측면을 생각하게 한다. 조나단처럼 우리 주변에는 어린시절부터 한국에 거주해 내면은 한국인이 된 이들이 많으며 이들과 함께 더 행복한 나라를 꿈꾸는 것이 우리의 앞길임을 암시한다.

‘대한외국인’, 조나단은 그에 가장 걸맞은 방송인이다. 이제 그가 한국 국적을 따면 그런 부가적인 수식어도 더 이상은 필요 없을지 모른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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