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의 시간, 편안한 '알베니스' 치고 싶었다"

임석규 2022. 5. 13. 06: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번엔 베토벤, 브람스로부터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두 작곡가의 곡들이 심신을 편하게 해주는 음악은 아니거든요."

"리스트를 존경한 작곡가가 스페인 출신 음악가 알베니스예요. 사실은, 알베니스의 곡을 연주하고 싶어서 리스트와 슈베르트를 끌어들인 거죠. 하하." 그는 이번에 이사크 알베니스의 '이베리아 모음곡 2권'을 연주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15일 독주회
'유년추억' 슈베르트·리스트도
연주 지휘자 겸하며 "열심히 살아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슈베르트와 리스트, 알베니스의 곡들로 연주회를 연다. 빈체로 제공

“이번엔 베토벤, 브람스로부터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두 작곡가의 곡들이 심신을 편하게 해주는 음악은 아니거든요.”

1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김선욱(34)은 달변이었다. 두 작곡가의 음악이 주는 중압감에서 풀려났기 때문일까. 차분하고 조리 있게 말을 이어가는 그의 표정에선 여유가 흘렀다. 그는 오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모처럼 슈베르트와 리스트, 알베니스의 곡들로 독주회를 연다. 연주회는 1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19일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아트홀로 이어진다.

프란츠 슈베르트의 ‘네개의 즉흥곡’은 그에게 유년의 추억이 담긴 곡이다. “음악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걸 느끼게 해준 첫번째 곡이었어요. 부모님께 졸라 악보를 구매한 첫 곡이기도 하고요. 그게 6살 때였습니다.” 이 곡은 그가 앙코르로 자주 연주했는데, 이번엔 정식 연주 목록에 올랐다.

프란츠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는 그가 10대 때 자주 연주하고, 국제콩쿠르에서도 선보였던 곡이다. “리스트를 치지 않은 게 10년도 더 되는데 오랜만에 치고 싶더라고요. 리스트가 가장 좋아했던 음악가가 슈베르트였거든요.” 그는 “이번 연주회에서 유년 시절 가장 좋아했던 두 곡을 치게 된다”며 웃었다.

“리스트를 존경한 작곡가가 스페인 출신 음악가 알베니스예요. 사실은, 알베니스의 곡을 연주하고 싶어서 리스트와 슈베르트를 끌어들인 거죠. 하하.” 그는 이번에 이사크 알베니스의 ‘이베리아 모음곡 2권’을 연주한다. 그는 “모음곡 4권 중에 청중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2권을 골랐다”고 했다.

지난해 지휘자로 데뷔한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오는 7월 부산시향에 이어 8월엔 롯데콘서트홀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빈체로 제공

그는 지난해 지휘자로 데뷔하며 피아니스트와 지휘자 겸업에 나섰다. 오는 7월 부산시향에 이어 8월엔 롯데콘서트홀 포디엄(지휘대)에 오른다. 유럽에서도 올해 스페인에 이어 내년엔 영국과 폴란드에서 오케스트라를 이끈다. 지휘자로서는 신참인 그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 궁금했다. “사람의 이미지, 음악을 대하는 자세, 아우라 같은 것들이 다 영향을 끼쳐요.” 그는 “지휘자는 신기한 직업”이라며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하니, 미친 듯이 악보를 파고들어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지휘는 그의 오랜 꿈이었다. 영국에 유학해 지휘과를 선택했고, 석사 학위도 지휘로 받았다. 지휘와 연주의 우선순위를 물었더니 그는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답했다. “첫번째 직업은 음악애호가, 두번째 직업은 피아니스트, 세번째 직업은 지휘자.”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통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7~8㎞ 달리기부터 한다. 오전 10시부터 3시간 정도는 피아노 연습에 매달린다. 오후 4시부터 7시까지는 악보를 분석하며 지휘 준비에 몰입한다. 밤에도 많은 시간을 음악을 찾아 듣는 데 할애한다. “지휘에 피아노 독주와 실내악 연주, 오케스트라 협연까지 있어서 정신이 없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두세배는 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죽어라 연습하는 거죠.” 그는 “하루라도 쉬면 불안해서 숨이 막힐 것 같다”며 “휴가도 몇년에 한번 진짜로 지칠 때만 간다”고 했다.

2013년부터 10장의 앨범을 발매한 그는 당분간 음반 발매 계획은 없다고 했다. “몇년간은 쉬며 재정비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시간으로 삼으려 해요.” 그는 “음악에 더욱 집중하고 싶어서 재정비를 얘기한 것”이라며 “요즘 가장 열심히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