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맥락 속 존재감을 드러낸다' 건축가 서자민, 허근일(下)

효효 2022. 5. 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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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효 아키텍트-128] 부산 금정구의 <프로젝트 재해석>(PROJECT RE-INTERPRET. 2021)은 증축과 리노베이션을 동시에 진행한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 재해석 / 사진 제공 = 신경섭 사진작가
40년 노후 건물로 가로 전면 1층 입면만이, 일명 부대 앞 상권 경쟁력을 상실한 상층부 공간을 지탱하는 모양새였다. 인근 부산대학교는 산업화 시기 부산·경남 지역에 인재 공급을 책임졌다. 두 건축가는 밀집한 구도심 부산대 상권에 새로운 기호로서 경쟁력 있는 건축물이 작동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특징 없는 간판이 상징하는 입면으로만 존재하는 빌딩들의 나열인 익명화된 가로 상권에 정체성을 부여하고 싶었다.

새로운 덩어리를 새롭게 선보인다는 개념을 잡았다. 기존 건물을 관통하여 신설된 붉은 콘크리트 코어는 두 개의 건물을 단일 건물로 새롭게 작동시킨다. 한쪽은 붉은 콘크리트 매스를, 나머지 한편은 가벼움과 경쾌함이 느껴지도록 목표를 잡았다. 단계적으로는 왼쪽을 먼저, 오른쪽을 나중에 하기로 했다. 한쪽은 습식, 한쪽은 건식 공법이다. 영속적이고 지속가능한 구법이 무엇일까, 각각의 코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수직 증축이 가능하냐를 고민했다.

프로젝트 재해석 코어부 모형 / 사진제공 = 아지트 스튜디오
새로운 코어가 들어갈 공간을 정교하게 커팅했고, 코어를 밀어 넣는 방식을 택했다. 양 건물의 코어를 합쳐야 용적률 확보가 가능하여 임대 공간이 확장된다. 하나의 볼륨이 되겠지만, 연결부가 새롭게 구축된 건물은 여전히 기존의 도시 블록 스케일과 리듬을 유지했으면 했다. 건축법상 어쩔 수 없이 필요하나 실제로는 무용지물인 피난 계단을 도식화해 드러내기로 했다. 돌출된 붉은 철골 계단실은 눈길을 사로잡는 오브제처럼 작용하여 골목에 새로운 활기를 제공한다.
프로젝트 재해석 이면도로 철골 계단 / 사진제공 = 신경섭 사진작가
리노베이션은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물리적·시각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가로에 어떤 메시지와 개념을 전달할 것인가?

2016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칠레 출신의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1967~ )는 빈민들을 위해 대지 절반에 구조를 갖춘 집을 지어준 뒤 나머지 절반은 경제적인 여유, 가족 구성원이 증가되었을 때 주민들 스스로 집을 증축하도록 했다. 조형이 아니라 개념이 우선되었다. 1960년대 페루 수도 리마 인근에서 UN의 도움, 가변성과 유연성, 증식과 변화가 핵심 가치인 일본의 메타볼리즘(Metabolism) 건축가들이 주도한 건축적 실험 프로젝트의 맥락을 잇는다고 볼 수 있다.

두 건축가는 수년 전 김태수펠로십의 지원을 받아 남미 안데스산맥 왼쪽인 페루와 칠레를 육로로만 여행했다. 다른 세계의 건축물들을 보았다.

두 건물은 매스와 구조, 재료에 있어 다른 방식의 접근으로 대비와 균형을 동시에 만들고 있다. 대표적 구도심 상권 지역의 40년 연식의 두 개 건물을 각각 수직 증축하고 연결하여 하나의 건축물로 재탄생시킨 작업이다.

김해 돌집 / 사진 제공 = 신경섭 사진작가
김해 지역의 세 번째 프로젝트 돌집(2016)이 차지한 '동서로 좁고 긴 땅'은 난관이었다. 이곳에 선형(linear) 공간을 계획하고 긴 동선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어야 했다. 동서로 배치한 세 개의 매스를 담과 벽으로 엮어내었다. 입구에서부터 계곡이 있는 앞뜰까지 가기 위해서 작은 대나무 숲, 돌담, 공작단풍, 중정, 고재마루, 거실을 지나쳐야 한다.

터파기 때 땅에서 나온 자연석을 하나하나 쪼개어 전통 돌쌓기 방식으로 담장을 만들었다. 김해는 철 성분이 가득한 땅으로, 땅에서 돌을 꺼내어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붉게 핀다. 흙으로 구운 벽돌과 꺼내어 놓은 돌이면 집을 구성하는 재료로 충분하다고 보았다. 건축법은 담장 규제가 과하다. 담장을 없애다시피 해야 되니 전원주택도 벽체를 폐쇄적으로 만든다.

양평 여차 사랑 / 사진 제공 = 신경섭 사진작가
경기도 양평 여차사랑(2014)은 '아파트가 아닌 게 뭐냐?'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건축가 이전에 사용자로서 단독 주택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해야 했다. 게다가 목구조였다.

여차사랑은 이곳에 있었던 옛집과 공간, 마을에 대한 해석이 우선되어야 했다.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 사람들에게 주목받으며 마을에서도 중심이 되는 매스 세우기를 주제로 삼았다. 벽돌을 가로로 쌓아서 스케일감을 줄였다. 화이트 고벽돌을 이 등분, 삼 등분해서 다른 질감을 내도록 연출했다.

담은 낮고, 형태는 산세와 어우러지며, 전돌은 잡힐 듯한 스케일로 쌓여있고, 툇마루와 사랑방은 용도를 달리하여 자리를 잡게 했다. 추억 속 옛집처럼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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