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구한 與, 여론 눈치 살피며 시간끄는 野

김주영 2022. 5.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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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총리후보자 인준 놓고 대치
"구태 중에 구태.. 의장 직권상정을"
정호영 지명 철회 가능성은 열어놔
"국민공감대·눈높이 따라 판단해야"
일부 여론조사 韓 인준 찬성이 높아
'발목잡기' 프레임 우려.. 이견 분분
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인준 표결을"
내각 진용 갖추기 속도전 펴는 尹
이영·이창양 재가로 총 13명 임명
각의 개의 정족수 채워 한숨 돌려
'野 반대' 정호영·한동훈 임명할까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한기호 사무총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현안을 논의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인준 여부를 놓고 여야 간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연일 더불어민주당의 ‘발목잡기’라고 비판하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덕수 불가론’으로 기우는 듯했던 민주당은 일단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신중 모드에 돌입했다. 한 후보자 인준 절차가 지지부진한 사이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일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내각 진용 갖추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與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 달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한 후보자 인준을 인질로 다른 장관들을 낙마시키려는 것은 구태 중 구태”라며 “국무총리 인준 표결로 협치 의지를 보여달라. 더 이상의 국정 발목잡기는 민주당에 독이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 인준을 한동훈 법무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의 낙마와 연계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권 원내대표는 “박 의장께 정식으로 요청드린다. 당장 오늘이라도 본회의를 소집하거나 합의가 안 된다면 총리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총리 인준 표결 시한을 묻는 질문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박 의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지역 일정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일정 마치고 바로 본회의 날짜를 잡아주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의장이 총리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한 전례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박 의장께서 여러 의견을 듣고 계신다”고 전했다. 인사청문회법상 의장의 직권상정은 가능하나, 전례가 없다는 점을 함께 언급하며 곤혹스러운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 인준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높다는 점을 내세우는 등 여론전을 펴기도 했다. 전주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며칠 전 여론조사를 보면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찬성하는 여론이 더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정호영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결단해주면 총리 인준에 힘을 받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물음엔 “한 후보자 인준과 다른 장관 지명 철회 여부를 연계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해충돌 등 잇단 의혹에 휩싸인 정호영 후보자의 경우 ‘국민 눈높이’를 이유로 지명 철회 가능성을 열어놨다. 전 의원은 “장관 지명 철회 여부는 국민의 공감대나 눈높이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류 달라진 野, 당내 이견도 분분

전날까지만 해도 곧 ‘한덕수 불가론’을 기치로 내걸 태세였던 민주당은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당 원내지도부는 한 후보자 인준 동의 여부를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으나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이 있었지만, 본회의 일정에 이르지 못했다.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 가결을 보장하라는 국민의힘의 무리한 요구에는 도저히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총리 인준 문제는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결과와 국민 여론을 반영해 의원총회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당초 이날 열겠다고 예고했던 의총은 순연됐다. 한 후보자 인준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높은 일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내부적으로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시간을 좀 더 갖고 여론의 추이를 살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운데)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신중 모드를 택한 민주당은 이번주까진 인준 동의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한 후보자 인준 동의가 민주당이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 중 낙마한 인사는 자진 사퇴한 김인철 사회부총리 후보자가 유일하다. 거대 야당이 된 후 처음 맞는 인사 청문 정국인 만큼 최소 내각 후보자 2명 이상은 더 낙마해야 하지 않느냔 말도 당 일각에서 나온다. 한동훈·정호영 후보자를 염두에 둔 주장으로 읽힌다.
민주당에선 다른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거나 윤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한다면 최후 카드로 한 총리 후보자 인준을 부결시킬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된다. 다만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발목잡기 프레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책임을 물을 때 묻더라도 일단 기회는 주는 게 정치 도리이고 국민들도 원하는 것”이라며 “한 후보자에 대한 조건 없는 인준 표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도하게 의석수로 힘을 쓰는 것처럼 보이면 역효과가 날 수 있어서 우려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尹, ‘정호영·한동훈’까지 임명할까

윤 대통령은 이날 박진 외교부·이상민 행정안정부·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재가했다.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박진·이상민 장관과 채택된 이창양·이양 장관을 한날 임명하는 등 속도전을 편 것이다. 정부 출범 사흘 만에 18개 부처 장관 중 11명이 임명됐다. 이는 이명박정부(17일), 박근혜정부(51일), 문재인정부(195일)와 비교할 때 빠른 속도다. 아직 후보자조차 없는 교육부 장관을 제외하면 이달 내로 17개 부처 장관 임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일단 대통령실은 국무회의 개의 정족수인 11인 이상을 맞출 수 있게 되면서 여론의 반대가 큰 정호영·박보균(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와 야당의 반대가 큰 한동훈·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의 임명을 미룰 시간을 벌었다. 윤 대통령이 이들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통령실은 연일 경제와 안보 위기를 강조, 국무회의를 통한 국정운영의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순차적으로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의 거센 반발로 한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추가 임명 시점과 관련, “국회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 더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호영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같이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최형창·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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