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동'과 함께하는 책방이라는 연대

한겨레 2022. 5. 1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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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의문이 있을 것이다.

'더바구니 북카페'는 그렇게 지역 주민들의 도움으로 탄생했고, 녹동의 유일한 책방이 문을 닫자 지난 3월1일 새로운 동네책방을 자처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에 '더바구니 책방'은 여러 사람과, 녹동과 함께하는 곳이 되기로 했다.

더바구니 책방은 그렇게 녹동과 함께하는 우리만의 연대가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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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의문이 있을 것이다. 녹동이 대관절 어디에 있는 지역인가 하는 것이다.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목동’의 오타는 당연히 아니다. 녹동은 전라남도 고흥군에 있는 마을이다.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배우 이서진씨가 ‘득량도’에 가기 위해 들르는 항구가 바로 녹동이다.

이 마을에는 지금은 추억으로 남은 ‘우리약국’이 있었다. ‘우리약국’ 막내딸은 아버지의 옆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내성적이고 불안했던 어린 시절, 그는 심리학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았고,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에 자신을 투영하며 용기를 얻었다.

그때 그는 결심했다. 언젠가 이 마을에서 누구나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책방 주인’이 되겠노라고 말이다.

세월이 흘러 2013년에 그는 꿈을 실현시키기로 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서 사용됐던 컨테이너 박스를 사들여서 북카페로 만들기로 했던 것이다. 고흥리더스여자야구단 단원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공터에 돌담을 만들고, 나무를 심고, 컨테이너 박스를 옮겨서 페인트칠을 하고, 아이들이 그려준 타일을 벽에 붙여 꾸미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더바구니 북카페’는 그렇게 지역 주민들의 도움으로 탄생했고, 녹동의 유일한 책방이 문을 닫자 지난 3월1일 새로운 동네책방을 자처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에 ‘더바구니 책방’은 여러 사람과, 녹동과 함께하는 곳이 되기로 했다.

고흥리더스여자야구단에서 함께하는 단원들은 재능기부를 자처하며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건전한 자극을 주었다. 가끔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기타를 가르쳐줬다. 마을 노인들에게는 하루 소일거리를 위해 ‘일일 꺼리 책방 프로그램’으로 한글교실부터 치매예방숲교실, 간단한 운동을 함께했다. 주변 지인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싶어 글을 잘 쓰는 지인에게 인스타그램으로 서평을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최근에는 매트를 깔고 요가도 하고 있다.

더바구니 책방이 다른 동네책방들과 차별화되는 특색은 없을지도 모른다. 동네책방에서 각종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흔한 일이니까. 그러나 녹동에도, 고흥군에도, 도시와 마찬가지로 책방이 필요하다. 근처 숲과 바닷가를 산책하고 돌아와 시를 필사하고, 때로는 음악회를 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쉼터가 되고, 녹동이라는 마을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더바구니 책방은 그렇게 녹동과 함께하는 우리만의 연대가 되려 한다.

고흥/글·사진 박윤미(대표)·박숙현

더바구니 북카페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녹동신항8길 21-3

instagram.com/thebaguni_chaeg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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