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은 어쩌다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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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교 교과서에 쓰인 '프랑스혁명'을 점검하는 일로부터 책은 출발한다.
하여 자유·평등·우애의 이념으로 봉건제를 타파하며 시민사회를 형성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세계사의 일획이 학창시절부터 우리에게 새겨지는 보통의 프랑스혁명이다.
미국혁명의 "성공"과 프랑스혁명의 "실패"를 대비한 아렌트의 <혁명론> (1963년)을 통해 김 교수는 로베스피에르 일파의 전체주의식 정치를 혁명이 "탈선"한 중요한 이유로 읽어낸다. 혁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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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혁명사는 논쟁중
김응종 지음 l 푸른역사 l 3만5000원
국내 고교 교과서에 쓰인 ‘프랑스혁명’을 점검하는 일로부터 책은 출발한다. “구제도의 모순”에 따른 발발, 반혁명 세력의 대항, 반란을 제압하기 위한 공포정치, 공포정치를 종식시킨 “테르미도르 반동”(로베스피에르 일파의 몰락)과 체제 회귀…. 반혁명과 반동으로 혁명의 의미는 더 올돌해진다. 하여 자유·평등·우애의 이념으로 봉건제를 타파하며 시민사회를 형성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세계사의 일획이 학창시절부터 우리에게 새겨지는 보통의 프랑스혁명이다. 저자는 묻고 말한다. 이러한 ‘혁명 예찬’은 옳은가, 오류다. 발발한 지 230년이 넘은 혁명에다 <프랑스혁명사는 논쟁중>이라 제목 붙인 까닭이겠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내지 “사실은 역사가가 허락할 때만 말한다”는 에드워드 카의 도저한 선언은 기록되는 사실의 불가역성이 아닌, 평가되는 사실의 불가피성을 전제하고, 자연스레 과거와 현재, 현재와 현재의 면면한 ‘논쟁’이 역사라는 속내를 드러낸다.
당대에 이미 혁명 세력을 로마제국의 문명을 파괴한 야만인으로 간주한 에드먼드 버크(<프랑스혁명에 대한 성찰>, 1790년)와 이듬해 3월 통렬한 비판서로 <인권>을 펴낸 진보주의자 토머스 페인의 논쟁이 있었다. 이는 멀찍이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 간 역사 논쟁의 디딤널로도 이어지는데, 지금껏 사가들 앞에 놓였던 첫번째 기로는 3만여명이 처형되고 15만명을 디아스포라로 내몬 ‘공포정치’와 “복수는 자유의 유일한 원천”이라고까지 외치던 ‘민중의 역할’에 대한 관점일 것이다.
프랑스 역사를 40년 연구해온 김응종 명예교수(충남대 사학과)는 프랑스혁명의 ‘공인’된 사실과 함께 이면의 폭력성을 집요하게 짚는데, 한나 아렌트가 중요한 뒷배 구실을 한다.
미국혁명의 “성공”과 프랑스혁명의 “실패”를 대비한 아렌트의 <혁명론>(1963년)을 통해 김 교수는 로베스피에르 일파의 전체주의식 정치를 혁명이 “탈선”한 중요한 이유로 읽어낸다. 전체주의란 독재·전제주의 등의 계승이 아닌 19세기 새로 등장한 체제로서, 실정법 대신 자연·역사법칙을 강조하고 이 법칙들을 자연의 속도보다 빠르게 집행하는 절차의 체제화라는 이론을 한 세기 전 프랑스혁명에 소급하는 지점은 흥미롭다. 다만 정치혁명이 빈민층의 ‘사회적 평등권’ 요구로 사회혁명화하며 프랑스혁명이 실패했다는 아렌트의 논점은 경계한다. 부르주아 및 정치경제적 번영이 혁명의 동력이었다는 정반대의 분석도 많은데, 양쪽이 타당하다면 결국 빠르게 심화된 민중간 불평등·격차가 혁명의 폭력성을 더했다는 결미에 닿게 될 것이다.
프랑스혁명이 오늘날 논쟁 중인 것은, 이 세기 들어서도 세계 도처에서 ‘혁명’이 목도되거나 요구되기 때문이다. 18세 말 프랑스에서 혁명에 불을 지핀 건 부르주아, 그 불을 들고 뛰어든 건 가난한 민중이었고, 그 불길을 제 권력의 군불로 삼은 지도자들이 있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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