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년 만에 '고용 분식' 실토한 기재부, 다른 통계 왜곡도 바로잡아야

조선일보 2022. 5. 13. 03: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상으로 열린 '제22회 한·중·일 재무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계청의 고용 통계에서 지난 4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86만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지만 기획재정부는 “(정부가 만든) 직접 일자리와 고령 취업자 비중이 너무 높다”고 밝혔다. 세금으로 대량 생산한 노인 알바 일자리가 대부분임을 실토한 것이다. 기재부는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정권에 코드를 맞추며 마치 고용이 좋아진 듯이 강변하던 기재부가 정권이 바뀌고서야 진실을 말한다.

기재부가 인정한 대로 지난달 늘어난 신규 취업자의 절반인 42만명이 60세 이상 고령자였다. 그 상당 부분이 풀뽑기·새똥닦기·휴지줍기 등 출석부에 사인만 해도 월 수십만원씩 주는 아르바이트 자리다. 문재인 정부는 주 1시간만 일하면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는 점을 이용해 이런 세금 일자리를 매년 100만개씩 만들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으로 멀쩡한 일자리가 사라지는 고용 참사가 벌어지자 이를 가리려 사실상의 통계 분식을 한 것이다. 그래 놓고 문 정부는 임기 끝까지 “고용 회복세”라고 자화자찬했다. 일자리의 주축인 제조업과 주 40시간 이상 풀타임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가 수십만개 사라지고 청년 체감 실업률이 사상 최악을 기록했는데도 “고용이 나아져 다행”이라고 했다.

통계 눈속임은 문 정부 내내 계속됐다. 일자리를 없앤 정부가 마치 ‘일자리를 늘린 정부’인 것처럼 국민을 속이는 일이 반복됐다. 가난한 계층이 더 가난해져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지고 민심이 나빠지자 정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통계청장을 바꿨다. 국가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통계를 왜곡하는 것은 중대 범죄행위라는 비판 속에서도 문 정부의 통계 분식은 그치지 않았다. 엉터리 통계에서 엉터리 정책이 나오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었다.

새 정부가 출발하자마자 기재부는 거품 낀 고용 통계의 실상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당연한 일이다. 일자리 문제뿐 아니다. 문 정부가 이념 편향의 목표에 꿰어 맞춰 자기들 입맛대로 취사 선택해온 가계소득 통계, 부동산 통계, 원전 경제성 평가 등도 바로잡아야 한다. 새 정부 정책은 정확하고 객관적이고 솔직한 통계 위에서 만들어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