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삶의 재발견/김범석]
김범석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2022. 5.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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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중요한 많은 것들, 사랑, 신뢰, 우정, 희망, 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비싼 선물을 사줄수록, 좀 더 애정 표현을 자주 할수록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랑의 크기나 깊이를 잴 수 있는 절대적인 척도는 없겠지만, 눈에 보이는 여러 가지로 그것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말기암으로 고통받을 때, 어떻게 하느냐를 보면 사랑의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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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중요한 많은 것들, 사랑, 신뢰, 우정, 희망, 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서로의 생각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앞으로 달라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변치 않는 신뢰를 약속하기 위해 계약서를 쓰고,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바꾸고 확인하고 싶어 한다.
사랑은 특히 그렇다. 사람들은 사랑만큼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확인받고 싶어 한다. 누군가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비싼 선물을 사줄수록, 좀 더 애정 표현을 자주 할수록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 누군가는 자신이 필요한 때에 바로 와주는가를 자신을 사랑하는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사랑의 크기나 깊이를 잴 수 있는 절대적인 척도는 없겠지만, 눈에 보이는 여러 가지로 그것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말기암 환자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말기암으로 고통받을 때, 어떻게 하느냐를 보면 사랑의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환자를 사랑할수록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한다. 환자가 병원에 갈 때 같이 가고 치료받을 때 옆에 있어 주고 환자의 식사를 챙겨주고 환자를 정성껏 돌봐준다. 그 정성과 노력을 지켜보다 보면 보호자가 얼마나 환자를 사랑하는지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예정된 죽음 앞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환자에게 의료 집착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하고, 환자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일이 현실에서는 흔하다. 사랑하기에 정말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고통이 되는 일이 많다. 최선과 집착은 ‘한 끗’ 차이이지만 사랑에 눈이 가려지면 이 둘을 구분하기 어렵다.
반면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관점이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 맞추어져 있다. 이들은 환자를 잃게 되면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보다 지금 이 순간 상대방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사랑으로 최선을 다하며 환자를 위하지만, 결코 집착이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순간에는 환자가 고통스러운 것보다 내가 고통스러운 것을 택한다. 환자에게서 고통스러운 연명의료를 거두어 달라고 말한다. 때로는 빨리, 때로는 편안히 환자를 놓아준다. 주변에서 왜 그리 환자를 쉽게 포기하냐고 질책해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신경 쓰기보다 환자의 평온함을 택한다. 상대방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포기한다. 그와 같은 모습을 볼 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그렇게 약자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특히 그렇다. 사람들은 사랑만큼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확인받고 싶어 한다. 누군가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비싼 선물을 사줄수록, 좀 더 애정 표현을 자주 할수록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 누군가는 자신이 필요한 때에 바로 와주는가를 자신을 사랑하는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사랑의 크기나 깊이를 잴 수 있는 절대적인 척도는 없겠지만, 눈에 보이는 여러 가지로 그것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말기암 환자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말기암으로 고통받을 때, 어떻게 하느냐를 보면 사랑의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환자를 사랑할수록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한다. 환자가 병원에 갈 때 같이 가고 치료받을 때 옆에 있어 주고 환자의 식사를 챙겨주고 환자를 정성껏 돌봐준다. 그 정성과 노력을 지켜보다 보면 보호자가 얼마나 환자를 사랑하는지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예정된 죽음 앞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환자에게 의료 집착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하고, 환자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일이 현실에서는 흔하다. 사랑하기에 정말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고통이 되는 일이 많다. 최선과 집착은 ‘한 끗’ 차이이지만 사랑에 눈이 가려지면 이 둘을 구분하기 어렵다.
반면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관점이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 맞추어져 있다. 이들은 환자를 잃게 되면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보다 지금 이 순간 상대방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사랑으로 최선을 다하며 환자를 위하지만, 결코 집착이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순간에는 환자가 고통스러운 것보다 내가 고통스러운 것을 택한다. 환자에게서 고통스러운 연명의료를 거두어 달라고 말한다. 때로는 빨리, 때로는 편안히 환자를 놓아준다. 주변에서 왜 그리 환자를 쉽게 포기하냐고 질책해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신경 쓰기보다 환자의 평온함을 택한다. 상대방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포기한다. 그와 같은 모습을 볼 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그렇게 약자라는 생각이 든다.
김범석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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