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탕카멘에서 슈퍼리치로, 이어지는 영생의 꿈[강인욱 세상만사의 기원]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2022. 5. 13. 03:03
《영생을 꿈꾸는 것은 부질없다지만 인류가 그 부질없는 꿈을 잊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리고 문명이 발달하면서 그 꿈을 실제로 옮기려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생겼다. 대표적인 예가 이집트의 미라일 것이다. 사실 미라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랭한 북극해에서부터 남아메리카의 잉카까지,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는 한국과 일본에서도 흔하게 발견된다. 하지만 이집트의 미라는 특별하다. 다른 미라들이 대부분 장례 과정이나 지리 환경에서 우연히 생겨난 것이지만, 이집트의 미라는 사람의 시신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한 바람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집트인의 바람은 5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로장생의 꿈과 미라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을 보자.》
투탕카멘 살해설 진실은
미라의 원조라고 하면 우리는 아마포로 감싸고 온몸을 황금으로 치장한 이집트의 미라를 떠올린다. 사실 이집트는 굳이 미라를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시신이 보존되는 자연환경이다. 실크로드의 타클라마칸 사막이나 이집트 같은 사막 지역은 그냥 밖에 두면 자연스럽게 건조된다. 여기에서 영생불사의 사상을 착안하고 무덤에 미라를 넣고자 했다. 하지만 막상 관 속에 들어가면 사막과 다른 조건이기 때문에 제대로 미라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뇌수와 내장을 꺼내고 소다에 담그는 등 여러 처리를 거치게 되었다. 그 결과 이집트 미라는 사실 뇌와 장기가 없고 피부와 뼈대만 남은 마치 박제와 같은 것이 되었다. 즉, 우리가 보는 화려한 황금 마스크를 씌운 이집트 미라는 자연적인 현상을 불로장생의 욕심과 연결시키려는 이집트인의 믿음과 깊게 결합된 산물이다.
이집트와 관련해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는 투탕카멘 살해설이다. 실제 투탕카멘은 아버지인 아케나텐의 개혁이 실패한 후 사제들의 권력이 다시 득세할 때에 어린 나이에 등극한 힘없는 왕이었다. 게다가 18세라는 너무나 창창한 나이에 죽었으니 뒷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실제로 최근에 그의 미라를 재조사하니 뒷머리뼈에 구멍이 뚫렸고 갈비뼈도 부러진 흔적이 나왔다. 물론, 대부분의 학자들은 살해설에 동의하지 않는다. 진실은 간단했다. 투탕카멘의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미라를 만들 때에 뇌수를 빼는 과정에서 머리에 상처가 난 것이다. 그리고 갈비뼈와 가슴의 상처는 시신을 아마포 붕대에 감고 좁은 관에 넣을 때에 무리하게 욱여넣는 과정에서 부러뜨린 흔적이라고 본다. 화려한 황금을 맘대로 넓힐 수 없으니 보이지 않게 미라를 훼손해 가면서 관에 넣은 것이다. 아무리 화려한 황금 마스크를 덮었다고 해도 그 속에는 여러 곳에 상처가 나고 심하게 변형이 된 것이 이집트 미라의 실제 모습이다.
고고학 발전에 일조한 레닌
미라의 원조라고 하면 우리는 아마포로 감싸고 온몸을 황금으로 치장한 이집트의 미라를 떠올린다. 사실 이집트는 굳이 미라를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시신이 보존되는 자연환경이다. 실크로드의 타클라마칸 사막이나 이집트 같은 사막 지역은 그냥 밖에 두면 자연스럽게 건조된다. 여기에서 영생불사의 사상을 착안하고 무덤에 미라를 넣고자 했다. 하지만 막상 관 속에 들어가면 사막과 다른 조건이기 때문에 제대로 미라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뇌수와 내장을 꺼내고 소다에 담그는 등 여러 처리를 거치게 되었다. 그 결과 이집트 미라는 사실 뇌와 장기가 없고 피부와 뼈대만 남은 마치 박제와 같은 것이 되었다. 즉, 우리가 보는 화려한 황금 마스크를 씌운 이집트 미라는 자연적인 현상을 불로장생의 욕심과 연결시키려는 이집트인의 믿음과 깊게 결합된 산물이다.
이집트와 관련해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는 투탕카멘 살해설이다. 실제 투탕카멘은 아버지인 아케나텐의 개혁이 실패한 후 사제들의 권력이 다시 득세할 때에 어린 나이에 등극한 힘없는 왕이었다. 게다가 18세라는 너무나 창창한 나이에 죽었으니 뒷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실제로 최근에 그의 미라를 재조사하니 뒷머리뼈에 구멍이 뚫렸고 갈비뼈도 부러진 흔적이 나왔다. 물론, 대부분의 학자들은 살해설에 동의하지 않는다. 진실은 간단했다. 투탕카멘의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미라를 만들 때에 뇌수를 빼는 과정에서 머리에 상처가 난 것이다. 그리고 갈비뼈와 가슴의 상처는 시신을 아마포 붕대에 감고 좁은 관에 넣을 때에 무리하게 욱여넣는 과정에서 부러뜨린 흔적이라고 본다. 화려한 황금을 맘대로 넓힐 수 없으니 보이지 않게 미라를 훼손해 가면서 관에 넣은 것이다. 아무리 화려한 황금 마스크를 덮었다고 해도 그 속에는 여러 곳에 상처가 나고 심하게 변형이 된 것이 이집트 미라의 실제 모습이다.
고고학 발전에 일조한 레닌
미라를 만드는 기술을 현대에 계승한 나라는 엉뚱하게 20세기 초반 소련이었다. 소련을 건국한 레닌은 1924년 1월에 사망했다. 뼛속까지 유물론자였던 그가 미라를 원했을 리 없다. 그는 평범하게 어머니 곁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소련 정부는 레닌을 신격화하며 참배하는 수십만 명의 인파를 보고 뒤늦게 사망 후 일주일이 되어서야 미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종교를 부정하고 유물론에 입각한 나라인 소련이 어쩌다 이런 생각을 했을까 참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거론된다. 레닌이 겨울에 죽었기 때문에 그의 시신은 매우 생생했고, 그를 본 사람들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 게다가 무한한 과학의 발전을 믿던 시기이니 시신을 보존하면 미래의 과학기술로 되살릴지 모른다고 생각한 학자도 있었다.
그리고 더 현실적인 이유가 숨어있을 수 있다. 그의 시신을 묻어버리고 나면 그를 신처럼 숭앙하던 소련 국민들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련 인민들을 대상으로 레닌을 사칭하는 수많은 가짜들이 나올 가능성도 있고, 수많은 음모론에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 걱정했다. 레닌의 혁명 바로 직전에는 황실을 농락한 희대의 괴승 라스푸틴이 활동했던 것이 바로 러시아였다.
결국 급하게 레닌의 미라를 준비하게 되면서 그의 신체는 여러 방부 약품의 실험 대상(?)이 되는 고초를 겪으며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지금도 러시아의 미라 연구소에서는 첨단 기술로 그의 미라를 1년 반 만에 한 번씩 꺼내어 다시 처리를 한다. 겉으로 보이는 평온한 모습과 달리 그의 미라는 매년 엄청난 화학약품 처리로 옷 밖으로 나온 부분만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미라의 풍습은 이후 사회주의권 여러 나라로 확산되어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부자도 미라가 되어 공개되고 있다. 그리고 그 덕에 고대 무덤에서 발굴되는 미라의 보존 처리 기술은 러시아가 세계적이다. 레닌은 살아서는 사회주의 혁명에 큰 공헌을 했고, 죽어서는 고고학에 일조한 셈이다.
소련이 망한 지 30년이 넘은 지금, 3차원(3D) 기술과 수많은 메타버스의 체험이 가능한 시대에도 여전히 러시아 사람들은 레닌의 미라를 계속 보존하고 싶어 한다. 레닌의 미라는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의미를 넘어서 강대국이었던 소련 시절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러시아 사람들에게 일종의 우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머스크와 베이조스의 영생 실험
서방 세계에서 불로장생의 욕망은 지금도 냉동인간(Cryonics)으로 이어지고 있다. 1960년대 급속 냉동 기술이 발달하면서 시작된 이 방법은 몸 안의 혈액을 제거하고 영하 200도 정도로 급속 냉동한다. 지금도 알코어(Alcor)재단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하며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부활의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본다. 현대의 과학기술로 인체의 세포들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고 얼렸다 해동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설사 영생의 의료 기술이 나온다고 해도 해동된 시신에게 적용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첨단과학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레닌 때부터 있어 왔다. 그를 미라로 만들면서 그의 뇌는 따로 꺼내어 뇌 구조를 알 수 있도록 약 1만3000개의 표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미국 필라델피아에는 아인슈타인의 뇌도 비슷한 방법으로 보존되어 있다. 언젠가 과학이 발달하면 그들의 지혜를 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물론 당시로서는 가장 첨단의 기술이었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은 컴퓨터단층촬영(CT)이 훨씬 능률적이고 정확하니 의미 없는 일이 되었다.
그 밖에도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 같은 슈퍼리치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서 불로장생의 꿈을 실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도 마찬가지로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아무리 첨단 기술을 쓴다고 해도 몇 년 지나면 아마 낡은 기술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백 년 후의 우리 자손들이 본다면 아마 우리가 지금 이집트의 미라를 보면서 부질없는 짓을 했다고 느끼는 것 같은 생각이 들 것 같다.
물론, 이런 인간의 욕심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고대 불로장생의 꿈이 다양한 연금술로 이어졌듯이 지금도 영생에 대한 열망이 인간의 삶을 발달시키는 과학의 밑거름이 되고 실제로 인간의 수명도 연장되고 있다. 또 수많은 미라 덕택에 고고학자들의 연구 자료가 쌓여가니 미래의 고고학자들도 환영할 일이 아닐까. 영생 같은 헛된 꿈을 꾸며 살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다. 그 시간에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우리의 행복을 많이 찾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영원한 것은 황금과 우리의 욕망뿐이다.
그리고 더 현실적인 이유가 숨어있을 수 있다. 그의 시신을 묻어버리고 나면 그를 신처럼 숭앙하던 소련 국민들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련 인민들을 대상으로 레닌을 사칭하는 수많은 가짜들이 나올 가능성도 있고, 수많은 음모론에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 걱정했다. 레닌의 혁명 바로 직전에는 황실을 농락한 희대의 괴승 라스푸틴이 활동했던 것이 바로 러시아였다.
결국 급하게 레닌의 미라를 준비하게 되면서 그의 신체는 여러 방부 약품의 실험 대상(?)이 되는 고초를 겪으며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지금도 러시아의 미라 연구소에서는 첨단 기술로 그의 미라를 1년 반 만에 한 번씩 꺼내어 다시 처리를 한다. 겉으로 보이는 평온한 모습과 달리 그의 미라는 매년 엄청난 화학약품 처리로 옷 밖으로 나온 부분만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미라의 풍습은 이후 사회주의권 여러 나라로 확산되어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부자도 미라가 되어 공개되고 있다. 그리고 그 덕에 고대 무덤에서 발굴되는 미라의 보존 처리 기술은 러시아가 세계적이다. 레닌은 살아서는 사회주의 혁명에 큰 공헌을 했고, 죽어서는 고고학에 일조한 셈이다.
소련이 망한 지 30년이 넘은 지금, 3차원(3D) 기술과 수많은 메타버스의 체험이 가능한 시대에도 여전히 러시아 사람들은 레닌의 미라를 계속 보존하고 싶어 한다. 레닌의 미라는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의미를 넘어서 강대국이었던 소련 시절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러시아 사람들에게 일종의 우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머스크와 베이조스의 영생 실험
서방 세계에서 불로장생의 욕망은 지금도 냉동인간(Cryonics)으로 이어지고 있다. 1960년대 급속 냉동 기술이 발달하면서 시작된 이 방법은 몸 안의 혈액을 제거하고 영하 200도 정도로 급속 냉동한다. 지금도 알코어(Alcor)재단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하며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부활의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본다. 현대의 과학기술로 인체의 세포들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고 얼렸다 해동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설사 영생의 의료 기술이 나온다고 해도 해동된 시신에게 적용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첨단과학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레닌 때부터 있어 왔다. 그를 미라로 만들면서 그의 뇌는 따로 꺼내어 뇌 구조를 알 수 있도록 약 1만3000개의 표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미국 필라델피아에는 아인슈타인의 뇌도 비슷한 방법으로 보존되어 있다. 언젠가 과학이 발달하면 그들의 지혜를 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물론 당시로서는 가장 첨단의 기술이었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은 컴퓨터단층촬영(CT)이 훨씬 능률적이고 정확하니 의미 없는 일이 되었다.
그 밖에도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 같은 슈퍼리치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서 불로장생의 꿈을 실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도 마찬가지로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아무리 첨단 기술을 쓴다고 해도 몇 년 지나면 아마 낡은 기술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백 년 후의 우리 자손들이 본다면 아마 우리가 지금 이집트의 미라를 보면서 부질없는 짓을 했다고 느끼는 것 같은 생각이 들 것 같다.
물론, 이런 인간의 욕심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고대 불로장생의 꿈이 다양한 연금술로 이어졌듯이 지금도 영생에 대한 열망이 인간의 삶을 발달시키는 과학의 밑거름이 되고 실제로 인간의 수명도 연장되고 있다. 또 수많은 미라 덕택에 고고학자들의 연구 자료가 쌓여가니 미래의 고고학자들도 환영할 일이 아닐까. 영생 같은 헛된 꿈을 꾸며 살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다. 그 시간에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우리의 행복을 많이 찾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영원한 것은 황금과 우리의 욕망뿐이다.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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