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167] 우리 만날 수 있을까, 내후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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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봄을 빼꼼히 내다본다. 얼굴 반을 여전히 마스크로 덮은 채. 바깥에선 쓰지 않아도 괜찮다 했건만, 곧이곧대로 되지 않는다. 쓰라는 분부는 얼마나 잘 받들었던가. 확진자가 아직도 하루 수만명이니 속 편히 벗을 수 있으랴. 두 자릿수일 때가 언제였나 가물가물한데. 이런 거야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확인할 수 있지. 알쏭달쏭 잔치 같은 일이 벌어졌다.
얼마 전 ‘동물보호법’을 고쳤다는 소식이 있었다. ‘내후년부터는 맹견을 키우려면 시·도지사 허가를 받아야 한다.’ 몇몇 빠삭한 이가 신문 독자 센터에 일깨운 모양이다. 이 조항은 2024년에 적용하므로 ‘내후년(來後年)’이 아니라 ‘후년’이 옳다고. 기자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고 반박했단다. ‘내후년=①내년의 다음다음 해. ②올해의 다음다음 해.’ 이렇게 ②도 있으니 옳게 쓰지 않았느냐고.
‘내후년’은 ①번 뜻, 다시 말해 ‘올해의 3년 뒤’로만 쓰던 말이다. 모든 사전이 그렇게 풀이한다. 한데 국어원에서 지난해에 ②번 뜻을 덧붙인 것이었다. ‘올해의 2년 뒤’ 곧 ‘후년’과 같은 뜻으로 잘못 쓰는 이가 많은 현실을 담으려 했겠으나….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함부로 사전 고쳐서 일어나는 심각한 혼란은 어쩌라고.
‘한나절’도 마찬가지. 모든 사전이 ‘하루 낮의 반’이라고 한다(’나절’부터 ‘하루 낮의 절반쯤 되는 동안’이라는 뜻). 낮과 밤을 평균 12시간씩이라 치면, 한나절은 6시간 안팎인 셈이다. 국어원 사전만 다르다. ‘①하룻낮의 반. ②하룻낮 전체.’(하룻낮=하루의 낮 동안) 이런 식이면 한나절은 6시간도 되고 12시간도 된다. 역시 종이 사전에 없던 풀이 ②를 추가한 탓. 당연히 반나절도 3시간 아니면 6시간인 셈이다. 도대체 가늠키 어려우면 아예 죽은말이 될지 모르는데.
사장님, 한 치수 큰 거 없나요? 이모, 반찬 좀 더 주세요. 흔히들 외친다. 그렇다면 왜 이런 풀이는 추가하지 않는가. ‘사장=가게 주인이나 종업원.’ ‘이모=음식점 등에서 일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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